▲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통일부 제공)
▲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통일부 제공)

#장면1. 지난 12일, 경찰특공대원에게 양팔을 붙들려 판문점 남북분계선을 넘는 두 명의 탈북어민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남하한 2명의 북한 어민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한 사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에 나섰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주장하며 전 정부를 향한 공세를 강화했다. 사진이 공개된 이후 태영호 의원은 “최근 공개된 사진 자료를 검토해 보면 촬영하는 군인 등이 포착됐다. 영상 자료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당시 영상자료를 국방부·경찰청·유엔사령부 등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18일, 북송 당시 통일부 직원이 개인적으로 찍었다는 4분 분량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통일부가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서는 순간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소속 의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탈북 어민 북송 영상 공개와 관련해 통일부를 방문하여 김기웅 차관 등 통일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7.20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소속 의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탈북 어민 북송 영상 공개와 관련해 통일부를 방문하여 김기웅 차관 등 통일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7.20 [국회사진기자단]

#장면2.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인권위원회·국제위원회 및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가 주최한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법적 고찰 및 재발방지 방안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특히 국민의힘 국제위원장인 태영호 의원은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에 들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헌법에서 정한 명백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무고한 두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북한과 위험한 거래를 해 온 문재인 정권은 마땅히 규탄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통일부가 후원했다. 통일부의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은 1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책임자 처벌 및 북 인권재단의 조속한 설립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은 1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책임자 처벌 및 북 인권재단의 조속한 설립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장면3. 지난 19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통일부 노조는 지난 통일부 내부 게시판에 올린 ‘통일부는 통일부다’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통일부가 최근 탈북어민 북송 사진과 동영상 공개를 하면서 북송에 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일관되고 신뢰성 있는 통일정책을 추진하는 데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 이어 “통일부가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고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논란의 핵심에 서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2019년 사건 발생 직후에는 탈북 어민이 흉악범이란 점을 부각해 북송이 정당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북송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입장을 번복해 정권에 따라 입장이 바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과 북한 정세분석, 통일교육 홍보 등 통일 업무를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정권에 따라 통일부의 역할과 권한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국방부 등 북한과 직접 충돌 가능성이 높은 부처보다는 온건한 입장을 견지해 온 정부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정책을 공식적으로 조정, 결정하는 책임과 역할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위상을 지닌 기관인 까닭이다.

그런 통일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정쟁을 부추기고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그동안의 성과를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통일부는 협상과 사업을 통해 북한과의 교류 경험을 축적한 기관 중 하나다. 통일부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통일부 설립 목적이 남북대화와 교류, 협력 사업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통해 오랜 분단으로 갈라진 동족 간의 동일성을 회복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통일부 존재 자체가 남북관계 정상화와 평화에 대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린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방부와는 달리 통일부는 정부 내에서도 가장 온건한 입장을 보여왔던 기관이다.

그런데 매파의 강경노선을 견제하는 비둘기파의 역할을 해 왔던 통일부가 이번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계기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통일부의 입장으로 인해 정치권의 정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고, 국민은 국민대로 분열과 대립으로 혼란을 겪게 했다. 결과적으로 평화와 통일에 기여해야 하는 통일부가 오히려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통일부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앞서 언급한 ‘세 가지의 장면’을 통해 확인된 통일부의 현 모습이 전부가 아니길 바라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는 통일부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통일부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통일부가 왜 이래?”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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