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은 철원군의원
이다은 철원군의원

1991년 3월 26일 제1회 시·군·구의회(기초의회)의원이 선출되고,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32년이 흘러 제9대 지방자치 시·군·구의회가 지난 7월 1일 출범했다. 이번 선거는 이전의 선거보다 여성과 청년이라는 어젠다가 강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고양시에서는 비례대표지만 이전의 최연소 당선자 기록인 25세를 훌쩍 뛰어넘는 만 19세의 최연소 당선자가 탄생했다. 이런 선출직 당선자들은 북유럽 국가들에서나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청년 선출직 당선자가 생활 정치에 등장했다.

나 또한 강원도 18개 시·군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최연소 지역구 여성 당선자라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특히 내 고향 철원군에서는 최초의 여성 지역구 당선자, 최연소 지역구 당선자라는 타이틀도 더해졌다.

올 1월 초, 생활 정치에 참여하고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내 주변의 지인들은 ‘용기는 가상하나 비례대표를 신청해서 이름을 알린 다음에 지역구에 도전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식의 조언을 많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9번의 지방선거 역사상 철원군에서는 여성이 비례대표를 거치지 않고 지역구에 도전한 사례도 없었고, 비례대표를 거쳐 입지를 다진 후 지역구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특히 철원처럼 보수적인 곳에서 30대 초반 미혼 여성이 출마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사건이어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여자라 쉽지 않을 텐데”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또 한편으로는 젊은 청년이 낙선해 기가 꺾일까 걱정이라며 선거 후의 일까지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기초의원은 광역의원이나 국회의원과 달리, 주민들의 삶에 즉시 반응하는 생활 정치이므로 다양한 연령층의 등장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유권자의 표심 역시 선출직 분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특히 기초의원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과 표방하는 노선을 떠나 ‘누가 더 지역 현안에 공감하고, 문제를 풀어가는데 적임자인가’를 판단해 표심을 행사하는 추세여서 자신감은 충만해 있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등식은 수천 년의 인류 역사에서도 변하지 않고 그 궤를 이어오고 있다. “내가 행복해야 우리가 행복하고”, “우리가 행복하면 지역이 평안”해지는 동시에 “활기차고 살아 숨 쉬는 지역”으로 변모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 여성의원은 아이 양육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지역 주민의 질타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신문 기사에서 보니 대부분의 20, 30대 출마자들에게는 “젊은이가 이 동네를 알긴 아느냐?”, “젊은 사람이 한다고 달라지냐?”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도 한다.

그런 우려는 어떤 면에서 일리가 있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정치가 시작된 이래로 30여년의 세월이 되도록 지방정치에 10대, 20대 청년의 꿈과 30대 젊은 층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들이 미래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꾸려갈 수 있게, 그리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젊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스스로 결정하고 당당히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그들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는 것이 우리 2030 청년 정치인의 사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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