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차등 가격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신중해야

물가와 이자 폭등세가 소규모 상공인과 농축수산업 등 경제 취약층을 직격한 가운데 정부가 ‘원유 차등 가격제’ 시행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마저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 곳곳에서 비난이 거셉니다. 강원도 낙농가들은 원윳값을 생산비에 맞춰 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유 용도에 따라 다르게 매기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데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7월 25일 강원도청 앞에서 현 정부에 대해 ‘낙농 말살 정부’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직접 생산한 원유를 폐기하며 항의했습니다.

10년째 시행중인 원유가격연동제를 폐지하고 도입하려는 원유 차등 가격제는 마시는 우윳값은 그대로이지만, 치즈·버터와 같은 유제품 가공원윳값은 내리는 정책입니다. 국산 가격이 높아 수입을 선호하는 업체 사정의 불가피성이 있다고 정부는 설명하나, 낙농가들은 실질적인 원유 감산 정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차등제가 시행되더라도 낙농가 소득이 줄지 않도록 기업측의 구매량을 늘리겠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낙농업계와는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지역소상인들 역시 발등에 떨어진 유통의 변화가 예고돼 걱정이 큽니다. 대기업과 소상인·재래시장 상생 방안으로 운영돼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TOP10’ 투표 대상 정책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이 올라와 있습니다. 사이트 방문자는 ‘정책 좋아요’만 의견 표시하도록 돼있고, ‘정책 싫어요’ ‘반대합니다’라는 항목은 아예 없습니다. 여론 호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전히 투표코너는 운영 중이어서 7월 31일 좋아요 투표가 종료되면 폐지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인해 수입에 의존적인 곡물류와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경제가 쉽게 요동치는 상황을 피부로 겪고 있습니다. 먹거리 생산 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 언제든 글로벌 유통 악화 때 국내 경제는 위기 대응과 통제가 어렵습니다.

대기업에 혜택 주는 법인세,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세제 개편 등 일방향적 조치와 차등 차별 정책으로 양극화 사회를 심화해서는 안됩니다. 농수축산업은 국산 먹거리를 떠받치는 안보산업이고, 중소상공인은 국가경제의 허리와도 같습니다. 각종 물가 인상으로 고사 직전에 있다는 소규모 산업영역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됩니다. 생존 기반을 흔들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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