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수박(겉과 속이 다른 지지층), 문전박대, 거부, 좌절, 강행, 폭로, 반려, 장외. 최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붙은 수식어들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박 전 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선대위에 합류하고 난 후와 선거 직후, 박 전 위원장에게는 N번방 최초 제보자, 이대녀(20대 여성) 결집, 변화, 차별화와 같은 수식어가 붙었다. 불과 5개월 사이 박 전 위원장은 이대녀 결집의 주역에서 수박으로 전락했다.

첫 20대 여성 비대위원장에게 처음부터 고운 시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이가 어리다', '경험이 부족하다'며 그의 의견을 듣기도 전에 혹평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그의 출신 대학까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맹목적인 비난에는 전혀 타격받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박 전 위원장은 더 단단해진 목소리로 민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을 애정하기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셀프 공천 요청'을 폭로하는 등 여전히 정치권 소용돌이 중심에 서있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본지가 단독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정치생명 연장하려고 아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거였으면 애초에 비대위원장 자리 안 맡았을 겁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고문을 향한 저격이 앞으로 정치 행보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되지 않냐는 물음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고문이 저를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혔지만, ‘하기싫다’는 사람 사정사정해서 앉히고 제가 말을 안 들으니까 그거에 대해서 불편해하시는거죠”라며 자신을 영입한 이 고문에 대한 직격을 서슴지 않았다.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제대로 지원 사격했던 박 전 위원장은 현재 이 고문을 집중 저격하고있다.

박 전 위원장은 올해 1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N번방’ 성 착취 문제를 다루는 활동가 ‘불꽃’으로 더 익숙했던 그는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을 맡아 2030여성들에게 ‘성범죄 없는 사회’를 약속했다. 그의 막판 공세에 힘입은 탓인지 KBS·MBC·SBS 방송 3사가 투표 직후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가 이재명 후보를 택했다.

지나치리만큼 솔직한 박 전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는 그에게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재명 고문이) 대선 때 성폭력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하더니, 지선을 앞두고 왜 최강욱 건을 이야기하냐며 저를 막았다. 앞뒤 다른 모습이었다”며 회고했다. 그러면서 “제가 해야 할 최대의 임무는 ‘성폭력 없는 세상’,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이재명 의원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이재명 고문은 대통령 후보 시절 “디지털 성범죄는 성별 문제가 아닌 ‘인권살인’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정부 기관에서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 고문이 인천 계양 을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후 대표·공동발의한 총 6건의 법안 가운데 이와 관련된 법안은 전무하다.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민주당은 윤호중과 박지현 투 톱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결성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박 전 위원장이 주는 참신한 이미지가 당이 요구하는 것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에게 실질적인 쇄신안을 요구하기보다, 박 전 위원장이 가진 ‘20대 여성·청년’ 대표성이 국민들에게 ‘보여지기’를 기대했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위원장이 ‘586 용퇴론’과 ‘5대 혁신안’을 꺼내들며 당 안팎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나가자 윤호중 전 공동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지도부는 이를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한 것은 당 쇄신 요구와 같은 맥락이었다. 전당대회 피선거권자 자격요건을 두고 박 전 위원장과 민주당의 갈등은 최고조가 됐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를 만류하신 분들은) 제가 출마하는 목적이 진짜 당 대표가 되고 싶었던 건 줄 아셨던 것 같은데, 저는 약속한 5대 혁신안이 민주당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며 또 “청년 정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정당, 이재명 의원 한 명에 의존하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민주당이 혁신 해야한다는 울림을 만든 것 만으로 제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자평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피선거권 예외 조항 검토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특권 의식 아니냐’, ‘떼쓰는 정치’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 위원장은 “제가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걸 잘 알고 있다”며 “왜 출마 투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 보단 ‘고집 피우네’, ‘서류를 놓고 갔네’ 이런 지엽적인 것만 보도가 돼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이 수도권 586 중심의 기득권 정당에서 벗어나야만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달 동안 끊임없이 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면서 “중도에 출마 의지를 접었으면 5대 혁신안을 알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전했다.

반면 피선거권자 자격을 두고 상황에 따라 당규를 달리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그 때(비대위원장 피선거권)는 맞고 지금(전당대회 피선거권)은 틀린’ 당의 자의적 해석에 대한 지적이다.

지난 3월 민주당은 ‘피선거권자를 권리당원으로 하되 당무위 의결로 달리 결정할 수 있다(제10조 5항)’는 당직 선출 당규에 의거해 박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중앙위 투표를 통해 선출된 박 위원장은 당시 입당한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권리당원 자격과 관계없이 피선거권을 부여받았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은 외부인사 영입을 위해 수없이 단서조항을 적용했던 정당인데, 자신들의 원칙도 버렸다”며 “민주당이 과연 저에게 적용했던 것처럼 모든 정치적인 상황에도 이 단서조항을 적용하는지 안하는지는 지켜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리’ 결정해달라는 것보다 ‘당무위 의결’로 검토해달라는 박 전 위원장의 요청에 당은 무대응을 택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 접수처에 당 대표 예비 경선 후보자 등록을 하려다 피선거권 자격 미비를 이유로 서류 제출이 거부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 접수처에 당 대표 예비 경선 후보자 등록을 하려다 피선거권 자격 미비를 이유로 서류 제출이 거부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청년 정치 대표주자로 불렸던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여의도 링 밖을 벗어나 장외 투쟁을 펼쳤다. 국회의원과 동행할 수 없어 사상최초 보도블럭 출마 선언을 했을만큼 183명의 기성 정치인 중 미숙하고 부족한 그를 품어준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이준석 당 대표의 경우 성상납 의혹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공교롭게도 대선과 지선 직후 두 거대 양당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자 청년 토사구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위원장은 SNS에 “청년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는 “민주당은 청년 정치를 받아들여 세대교체를 해야한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또 “국민연금이나 기후위기와 같은 청년세대의 관심 사안을 정책화해야 한다”고 당의 방향을 제시했다.

‘9급 공무원 길 가라’, ‘최고위원 되고싶냐’, ‘자기를 이준석·김동연과 동급인 줄 안다” 는 당 내외 기성 정치인들의 원색적인 비난에도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을 애정하기에, 제가 욕을 먹으면서도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항변했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냐는 질문에 박 전 위원장은 “차별없는 세상에 대한 이들의 무관심, 이게 저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박 전 위원장은 당분간 집필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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