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제13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재순 전 국회의원이 별세했다. 당시 한 신문은 부고를 전하며 ‘토사구팽 남기고 은퇴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고인은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YS)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듬해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부정축재 혐의를 받고 불명예 은퇴했다. 그는 당시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를 잡으면 쓸모가 없어진 개는 잡아 먹는다)’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정계를 떠났다.

별세후 ‘어느 노정객과의 시간여행(우암 김재순이 말하는 한국 근현대사)’이라는 책이 발간됐다. 생전에 고인과 대담을 나눈 저자는 김재순 의장은 YS에 대해 대담중 ‘영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또 YS가 2015년 11월 세상을 떠났지만 문상을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재순과 김영삼은 한때 같은 배를 탔지만 두 사람은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 세상으로 갔다.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 감사합니다. 울릉도.”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고 전국을 유랑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페이스북에 이 글을 올렸다. ‘겉보기만 그럴듯하게 보이고 속은 변변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에둘러 언급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이 주고 받은 메시지에 대한 솔직한 심경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글 말미에 적은 ‘이 섬’은 그가 찾았던 울릉도를, ‘그 섬’은 여의도라는 해석이 의미심장하다.

동지들이 졸지에 복날 개장국이 되는 용산,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여의도를 박차 버리고 올 휴가는 모든 것이 투명하고 솔직한 울릉도로 갈까?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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