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새로운 관광트렌드 북스테이
숙소·책 만난 ‘북스테이’ 여행
마을·숲·나무 가득한 숲속 위치
자발적 고립·혼자만의 시간 적합
흔들의자·망원경 자연 감상 가능
각자 또 같이 여행 지친 삶 위로

코로나시대 새 여행 패턴으로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유행이다. 스테이케이션은 ‘stay(머물다)’와 ‘vacation(휴가)’을 합친 신조어로 즉 ‘머무는 여행’이다. 숙소 형태도 ‘스테이’라 불리는 감성 숙소로 변하고 있다. 숙소가 단순 관광지 방문을 위해 잠을 자던 공간에서 여행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에서 머무는 호캉스, 집에서 쉬는 홈캉스 등도 스테이케이션에 속한다. 강원도에서도 수많은 스테이케이션이 가능하다. 그 중 ‘북스테이’가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북스테이는 책을 의미하는 ‘Book’과 스테이‘Stay’의 합성어로 여행지 숙소와 책, 독서가 만난 새로운 여행 문화다. 특히 강원도는 산과 바다가 있어 자연과 함께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맞춤형 북스테이가 가능한 ‘춘천 썸원스페이지 숲’을 소개한다.

춘천 썸원스페이지 숲은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 귀촌한 주인장이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만든 공간이다. 일상을 벗어나 자발적 고립이 필요하거나 조용한 나만의 시간 등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숙소다. 숙소 한편에는 격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멍때림, 디지털 디톡스, 썸장(주인장)과의 차 한 잔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취사, 바비큐, 파티, 이벤트 등의 행위는 금지돼있다. 말 그대로 정말 ‘쉼’을 위한 공간이다. 미리 원하는 책과 느낌을 말하면 객실에 맞춤형 책들이 빼곡히 채워진다. 또 공유 서재인 ‘숲속의 서재’에서는 이곳을 다녀간 다른 사람들의 취향도 엿볼 수 있다. 손님들이 남긴 책들부터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방문해 썸원스페이지 숲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메모까지. 책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따듯한 공간이다. 주변에 마트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될 정도로 숲속에 위치해있지만 이곳의 매력에 빠져든다면 다시 한 번 발걸음하게 될 것이다. 필자 또한 두번째 방문이었다.

이곳과의 인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봄, 북스테이 특집 인터뷰를 하다 이곳을 알게 됐고 마침 춘천에 위치해 방문했었다. 지친 삶을 내려놓고 쉬고 싶어 향한 이곳에서 만난 썸장님과 또 다른 손님들과의 만남은 정말 큰 힘이 됐다. 서로 모르는 사이며 다시 볼 가능성이 적었기에 각자의 고민을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은 고민과 힘들었던 기억들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주는 위로는 나와의 다른 관점을 알게 되고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따듯한 위로를 받았던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곳을 다시 한 번 찾았다.

쾌청하던 7월의 어느 날, 차를 타고 썸원스페이지 숲으로 향했다. 김유정 역을 지나 굽이굽이 숲길을 따라 가다보면 울창한 숲이 나온다. 처음엔 이곳에 숙소가 있는 게 맞나 라는 의심이 들었을 정도로 작은 마을과 나무 밖에 보이지 않았다. 두번째 방문으로 조금은 익숙한 길을 가며 잠시 차의 창문을 내리고 자연의 공기를 만끽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숲 내음과 맑은 공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자연을 느끼며 숲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오르막길과 함께 썸원스페이지 숲이 나온다. 이곳은 대면체크인이 원칙으로 도착 시 썸장님에게 연락하면 마중을 나와 직접 문을 열어준다. 썸장님과 안부 인사를 마치고 안내에 따라 큰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곳곳의 꽃들과 썸장님의 반려 고양이 2마리가 자연 속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오르막에 위치해 아래 보이는 계곡과 숲길은 갑갑했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자연을 감상하기 위한 의자와 흔들의자가 준비 돼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아무런 고민도 생각도 없이 편안한 시간이 흐른다. 밤엔 별과 달을 볼 수 있는 망원경과 자전거도 준비돼있다.

왼쪽으로는 공용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용 서재엔 수많은 책들과 작은 공용 주방, 책과 함께 곁들일 간단한 스낵과 음료, 하우스와인, 맥주 등이 있다. 입구 쪽 한편에는 메모로 가득 찬 캐비닛이있다.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이 남긴 것이다. 메모들을 천천히 살펴보니 썸원스페이지 숲에서 보낸 시간이나 오게 된 이유 등이 적혀있었다. 삶에 지쳐 자연과 책을 찾아 모인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로 다가온다.

숲속의 서재에서 읽을 책을 고른 뒤 숙소로 들어갔다. 썸원스페이지 숲에는 3개의 숙소가 있는데 1인 전용 혼자만의 방, 최대 2인 숲속의 내 방, 최대 4인이 머무를 수 있는 에반스의 서재가 있다. 필자는 넓은 숙소를 경험하고 싶어 에반스의 서재를 예약했다. 에반스의 서재는 문을 열면 작은 주방과 서재, 침실이 세로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들어오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건 큰 책꽂이였다. 공용공간에 가지 않아도 많은 책들이 놓여있었고 침대 아래 놓인 작은 책상에도, 침대 위, 화장대까지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책이 놓여있었다. LP플레이어도 구비돼있어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북스테이에 맞춰 골라온 김지혜 작가의 장편소설책 ‘책들의 부엌’을 꺼냈다. 책들의 부엌은 북스테이에 관한 책으로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온 인물 각각의 에피소드와 손님들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 또한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은 손님 중 한명이 된 기분이다. 북스 키친을 찾은 손님들과 동화돼 한 공간에서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아도 함께한 느낌이 들었고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을 바라볼 주인장도 이런 생각일까란 생각도 들었다. 북스테이 공간에서 읽는 북스테이 책은 왜인지 더 재밌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책을 읽다 별 구경을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는 썸장님이 망원경을 세팅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팀씩 망원경으로 별을 구경하고 있으면 썸장님이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을 찍으며 다른 손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혼자 카메라를 들고 기록 중이던 손님, 친구와 함께 여행 온 손님 등. 우리는 그렇게 각자 또 같이 시간을 보내며 북스테이의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이 오자 썸장님은 조식을 준비했다. 오전 9시 30분까지 공용공간에 가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찾아 방으로 왔다. 일부 손님은 밖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먹기도 했다. 우리는 창밖의 경치를 보며 조식을 먹었다. 1박2일 썸원스페이지 숲을 누리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다음에 온다면 기필코 최소 2박3일은 하리라 다짐 하며 썸원스페이지 숲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본격 피서철이 시작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해 여행을 가는 게 고민된다면 산속에서 자발적 고립을 하며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북스테이와 한 자리에 머물며 관광하는 스테이케이션을 추천한다. 조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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