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6월 27일 서울공항에 도착, 환송나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6월 27일 서울공항에 도착, 환송나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 6월 27일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악수하는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진은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악수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하듯 매우 친근한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의 위치를 보면, 권 원내대표가 팔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악수를 나누는 듯 보인 장면이 뭔가 어색했다.

일반적으로 악수는 두 사람의 중간지점에서 맞잡거나 혹은 대통령이 팔을 더 당기는 모습이어야 하는데, 정반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물론 순간 포착된 악수 장면에서 맞잡은 손의 위치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그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하고 나아가 격의없을 정도로 친근한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악수 장면을 통해 권 원내대표의 당시 위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2020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황교안 전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했던 공천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위원이었던 권 의원을 아예 경선에서 배제한 것이다. 이에 권 의원은 반발했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2500여 표 차이로 어렵사리 4선 고지에 올랐다.

권 의원 입장에서는 무소속 출마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당선 후 복당한 권 의원은 이번에는 원내대표에 도전하게 된다. 그는 강경 투쟁으로 민심과 멀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중도 확장을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결선에도 나가지 못하고 1차 투표 탈락이었다. 낙선 후 권 의원은 아무래도 지역 기반이 약한 것이 약점이 됐다며, 이것도 정치인의 운명이라고 토로했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해 강릉시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오른쪽), 김홍규 현 강릉시장(왼쪽)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해 강릉시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오른쪽), 김홍규 현 강릉시장(왼쪽)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2021년 5월 29일 강릉의 한 식당에서 권성동 의원은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났다. 이날 만남은 윤 전 총장으로서는 국민의힘 정치인을 처음 만난 것이었다. 한 달 후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 때에는 그의 오른쪽을 지키면서 본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선에 진출하자, 권 의원의 역할은 한층 커지게 된다. 선거사무와 예산을 총괄하는 당 사무총장을 맡아 실질적으로 대선 캠프를 이끌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가 되자 자신은 비서실장으로 이동하는 등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됐다. 권 의원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지난 4월 여당이 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권 의원은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했다. 1년 전 1차 투표에서 탈락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위상을 확인한 셈이다. 정권교체 1등 공신이자, ‘윤핵관’의 큰 형으로서 권 의원의 정치적 입지는 갈수록 강화됐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징계로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겸하게 된 권 의원의 기세는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자진사퇴를 주장하는가 하면,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보도 태도를 지적하는 등 거친 발언도 이어졌다. 당연히 그의 발언은 힘이 실렸고, 파장도 컸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7일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7일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거칠 것 없던 그는 이내 위기를 맞게 된다. 잇따른 구설과 윤 대통령과 나눈 문자메시지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먼저 위기의 시작은 강릉 지인의 아들에 대한 ‘사적 채용’ 문제가 불거졌다. 권 원내대표는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한 10만원 더 받는데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라고 해명했다.

강릉 출신 젊은이를 대통령실에 자신이 추천했다면서 오히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미안할 지경이라는 그의 솔직한(?) 해명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이의 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이어 그 행정요원의 부친이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1000만원을 후원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그리고 대통령과의 문자메시지 노출 사고가 터지면서 궁지에 몰린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나아가 원내대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지경이 됐다.

대통령 해외 순방을 배웅할 때 대통령과의 악수 장면이 상징하듯 거칠 것 없었던 윤핵관의 큰형이자 여당의 원내내표, 당 대표 직무대행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졌던 권 의원은 이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사실 당 대표 직무대행 사퇴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대통령과 나눈 문자메시지는 역설적으로 그의 여권 내에서의 위상을 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윤핵관의 큰 형’인 권 의원은 또다른 ‘윤핵관’의 견제를 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대통령과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처지가 된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강릉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강릉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이제 권력의 지근거리에서 실질적으로 정국을 주도했던 강원도 정치인 권성동 의원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당분간이 될지, 아니면 기약할 수 없는 기간으로 이어질지는 모른다. 이는 권력의 속성상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강원도 입장에서는 여·야를 떠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개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큰 강원도로서는 모처럼 지역 출신 실세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또한 권 의원의 부족한 리더십에 기인한 것임에도, 면적은 크지만 적은 인구로 인해 정치력이 약한 강원도가 안고있는 정치적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1년 전, 권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 1차 탈락하고 토로했다는 강원도 출신 정치인의 운명을 다시 떠올린 이유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권성동 의원은 외갓집 친구이자, 불확실한 대선판에서 기꺼이 손을 잡아줬던 ‘의리의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정치권의 냉혹한 권력투쟁 과정에서 불과 20여 일 만에 당 대표 직무대행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의 실책에 기인한다고 하더라도, 한편으로는 ‘윤핵관’과 강원도의 운명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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