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자연을 보기만 할 뿐 포토존도 전체적으로 올드하고 뻔하고…. 밤에는 어두컴컴해서 볼 게 없고. 공기 좋은 거는 맞는데 이를 활용한 체험이나 등등 활동이 없음. 소나무 숲이 많아도 각자 산책이나 캠핑 말고는 없음.”

서울 사람이 강원도 동해안 관광지를 놀러와 내놓은 관전평이 아니다. ‘여름엔 바닷가 들어가 노는 물놀이 외에는 없고, 겨울엔 이마저도 없어서 오히려 평창군으로 넘어가 대관령에서 놀아야 함. 젊은 사람들이 놀 문화시설이 너무 없음’이라는 지점에 이르면 아, 강릉에 사는구나 눈치채게 된다. 강릉시가 2년 전 시민 환경인식을 설문조사한다며 온라인에 게시한 의견 글에서 인용했다.

이런 생각을 밝힌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없으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3년 만에 재개한 동해안 피서지에서 관광객 2000만 명을 모으겠다고 법석인 요즘, 정작 이곳에 사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 듯하다. 가까이 바다를 두고도 해변을 피해 다니며 시원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별다른 추억거리 없이 보내는 하소연을 담은 글은 더 있다. 환경은 좋으나 창가에 앉아 커피 마시며 쉬는 거 말고는 없다든가,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무분별한 쓰레기와 지저분한 집하장. 생각보다 비싼 물가에 팍팍한 인심을 느끼는 건 시민도 마찬가지다.

외지인들이 피서지로 몰려와도 예전과 같이 현지 주민들이 돈을 벌어들이던 시대는 지나고 있다. 외지 거대자본이 흘러오면서 6, 7, 8월 석달만 인테리어 근사하게 큰 판을 벌여 장사하고 떠나는 모습을 종종 보고있다. 훌륭한 자연이 착취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강원도의 깨끗한 공기와 자연환경이 극성스럽게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정책을 다루는 이들은 더 예민해야 한다.

‘관광’ ‘관광개발’이 이뤄지는 곳은 지역사람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땅을 쓸고 닦고 걱정하는 이들이 참여하고 중심이 되지 않는 개발은 이들을 주변인으로 몰고 삶의 질을 낮춘다. 도시다운 문화시설도 없고 자연환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평소 즐길 것이 없다는 시민 지적을 달갑게 받아들여야 ‘관광지 사람들’로 남지 않는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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