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화천주재 취재 부국장
박현철 화천주재 취재 부국장

“민선 6기와 7기의 최우선 정책목표였던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 사업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전진할 것입니다.”

지난달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최문순 군수가 취임사에서 첫째 항목으로 피력한 발언이다. 민선 6기 최문순 화천군정은 지난 2015년 12월 교육복지과를 신설하고 2017년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 지원 조례를 제정, ‘화천형 교육복지정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민선 7기 2018년부터 화천군 인재육성재단을 통해 자녀 대학 등록금 실납입액 전액과 월 50만원 내에서 월세와 기숙사비 등 거주공간 지원금을 도입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4134명의 대학생에게 등록금 72억원과 거주공간 지원금 42억원 등 총 114억원의 지역인재 지원금을 지급했다.

대학 재학 기간 등록금 실 납입액 100%와 거주비를 지원하는 획기적인 정책이다. 통상 대학생 1명당 연간 등록금과 거주비 부담액은 1000만원을 훨씬 상회하지만 화천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화천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대학생의 부모 또는 실질 보호자가 3년 이상 지역에 실거주하기만 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해외 100대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지원 혜택을 받는다.

해외대학 지원금은 부모의 소득세 납부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하기는 하지만 저소득층 가정이라면 실납입액의 100%까지 지원받는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학생 1명이 4년간 2억 4000여만원을 지원받는 ‘로또 장학생’이 탄생하기도 했다.

부모 또는 실질 보호자가 화천에 산다면 학비 부담액은 사실상 ‘제로’인 셈이다. 경제적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꿈을 접어야 하는 일이 없는 전국적인 모범사례인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 1명에게 과도한 지원 혜택을 부여하는 데다 국내 대학 지원액과 차이가 커 형평성 논란도 있다.

또 해외 100대 대학으로 한정함으로써 100대 이외의 대학 진학시에는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해 ‘부모 부담 제로화’, ‘보편적 교육복지’라는 정책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최근 열린 군의회 임시회에서도 해외 100대 대학 외에 진학하는 경우, 최소 국내 대학에 준해 지원할 것을 주문하는 등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후관리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원금을 개인통장으로 지급하다 보니 해외 100대 대학에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학점을 취소하는 경우 지원금 전액 또는 일부를 환수해야 하지만 수혜자 본인이 화천군에 직접 신고하지 않는 한 확인이 불가능한 구조다.

화천군이 대학에 직접 등록금을 지급하고, 국내 대학과 같이 성적증명서를 제출받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 보조금에 준하는 지원금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해외 대학 지원금의 경우 실비 전액이 아닌 상한액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자립도가 10%도 되지 않는 지자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집행이 아닌 개인에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감지된다.

현재까지 해외대학 지원금 대상은 화천지역 출신 4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타지역의 부모가 화천으로 이주해 악용될 소지도 있다.

화천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화천에 한번도 와보지 않은 대학생이 화천군으로부터 지역인재 지원금을 받아 해외대학을 졸업한 뒤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해외에 정착할 경우,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도 화천발전을 위해 기여한 부분 역시 ‘제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 또한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면 타 시도로 이전할 수도 있어 지역인재 지원금 규정의 전반적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화천형 교육복지정책’의 모범사례가 자칫 ‘로또 장학생’을 양산하고 그의 부모까지 모두 ‘먹튀’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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