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담 감수하더라도, 서민 경제 고려할 때

정부가 지역 화폐 지원을 지난해보다 줄인 데 이어 내년에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으로 알려져 지자체와 지역 상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정부의 올해 국비 투입액은 지난해보다 5000억원 이상 적은 7053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대정부 질문에서 “중앙정부 예산으로 대대적 지원을 한 부분에 대해 원점에서 실효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혀 지원 축소 기조를 재차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화폐는 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익숙해진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고 있고, 상경기 침체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해 신중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됩니다.

정부의 지원 축소 근거는 재정 부담입니다.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재정 투입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8년 3714억원에 불과하던 전국 지역 화폐 발행 규모는 지난해 22조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국비 투입 규모는 2018년 100억원에서 2021년 1조2522억원으로 덩치를 키워 예산 책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도내에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통용되는 지역 화폐는 주민과 상인의 경제 활동에 적지 않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발행 지역에서만 쓸 수 있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아닌 소규모 매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소상공인들에게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한편, 자본의 역외 유출을 상당 부분 차단하고 있습니다.

지역 축제를 개최하는 도내 상당수 지자체는 관광객들로부터 입장권을 현금으로 받고, 일부 금액을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로 되돌려 줘 상경기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축제 기간 상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화폐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고물가 시대에 지역 화폐는 도민들이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강원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6%로 사상 최악의 상승세를 보여 지역 화폐는 더욱 주목받습니다. 지역 화폐가 경제의 큰 버팀목이 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대폭 축소된다면, 주민과 상권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 부담은 다른 지출 부분에서 조정하더라도, 지역 화폐 지원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회 심의를 앞두고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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