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강물이 황톳물로 불어났다

강기슭의 풀들이 아우성이다

차오른 강물에 강가의 생들이 위태롭다

허리까지 잠긴 강버들이

선화지仙花紙같은 강물위에 급히 붓을 놀린다

버들의 서체가 원래 흘림체인지 알 수 없지만

어전에 급하게 보내야 할 상소문인지

구조 요청을 하는호소문인지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휘갈기는 다급한 문장이 흘러간다

부딪치는 강기슭의 비명이 함께 흘러간다

급하게 휘갈기는 강버들의 서체

흘러간 것들은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낙관 하나없이 흘러가버린 문장

말에도 지문이 있다지만

왜가리도 청둥오리도 보이지 않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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