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벌어지면 부상자가 많이 발생한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다친 사람이 속출한다. 이렇게 갑자기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누구부터 조처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큰 사고나 대규모 재해 등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부상자 상태에 따라 치료 우선순위를 분류하는 기준이 있다. 이를 ‘중증도 분류(Triage)’라고 하는데, 일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증도 분류에 따르면 부상자는 상태에 따라 네 부류로 나누어진다. 부상자 분류는 대체로 1분 이내에 신속하게 결정되는데, 부상 정도에 네 가지 색깔의 마커 카드를 부상자 오른쪽 손목에 단다. 가장 먼저 조치하는 부상자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빠른 처치를 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경우다. 다음은 당장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지만 조기에 처치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세 번째 순위는 구급으로 이송할 필요가 없는 경상인 상태의 사람이 해당한다.

그럼 어떤 상태의 부상자가 가장 마지막 처지의 대상으로 분류될까. 물론, 이미 사망한 경우가 해당한다. 이와 함께 부상의 정도가 매우 심각해 구명을 위한 장치나 인력을 투여해도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한 응급조치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응급처치하더라도 생존할 가능성이 없는 부상자가 경상자보다 나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병원 응급실에서도 도착 순서와 관계없이 바로 조치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이들을 우선해서 치료한다.

지난 8일 수도권 일대 집중 폭우로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다. 특히 서울 관악구의 반지하 방이 침수되는 바람에 이곳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이들은 반지하 방에 세 들어 사는 장애인이었다. 아직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니, 도무지 2022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재난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응급환자에 골든타임이 있듯, 골든타임을 지키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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