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마가 할퀸 횡성 청일면
이틀간 강수량 400㎜ 육박
매듭피골 주택 5채 토사 덮쳐
고립 주민 8명 6시간만에 구조
진입로·전기 끊겨, 곳곳 피해

▲ 10일 오전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 소재  속칭 매듭피골 일대에서 산사태가 발생, 이 일대 주택가와 진입로가 갯벌을 연상케하는 흙더미와 나무더미에 뒤덮여 쑥대밭이 됐다. 이 사고로 마을주민 8명이 6시간여만에 구조됐다.  박창현
▲ 10일 오전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 소재 속칭 매듭피골 일대에서 산사태가 발생, 이 일대 주택가와 진입로가 갯벌을 연상케하는 흙더미와 나무더미에 뒤덮여 쑥대밭이 됐다. 이 사고로 마을주민 8명이 6시간여만에 구조됐다. 박창현

“내80평생에 이런 장대비는 처음이오”

10일 오후 횡성군 청일면 봉명리 속칭 사슬항마을. 이 마을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거주하는 이규현(80·사진) 씨 부부는 지난 9일 밤 계곡물이 집마당까지 차오르던 긴박한 상황을 떠올리며 떨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씨는 “매미, 루사 태풍 피해를 입었던 20년 전보다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린 거 같다”며 “한밤 중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하늘만 쳐다봤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는 지난 8,9일 단 이틀간의 폭우로 간신히 생명은 지켰지만 올봄 내내 정성껏 심은 3000여㎥ 규모의 더덕밭을 삽시간에 잃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 부부 주택과 인접한 청일면 속실리 속칭 매듭피골에서는 이날 오전 5시쯤 산사태가 발생,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처참한 재난현장으로 돌변했다. SUV승용차 2대가 갯벌로 변한 계곡에 처박혔고 나뭇더미가 진입로를 가로막았다.

전날부터 내린 많은 비의 영향으로 야산에서 흙더미가 쓸려내려와 단잠을 자고 있던 5가구 주택가를 덮친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마을에 고립된 주민 8명이 6시간여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119소방관에 의해 구조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마을주민 이명규(63)씨는 “새벽에 돌이 굴러떨어지는 요란한 소리가 났는데 전기가 끊겨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마당 차고가 쓸려내려 갈 정도로 엄청난 흙더미가 덮쳤는데 생명을 건진건 기적이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청일면의 비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춘당리 주민이 마을공동사업으로 추진한 음식점 용도의 컨테이너 시설이 이달중 본격적인 영업을 앞두고 폭우가 쏟아진 지난 9일 새벽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춘당리 박동기 이장은 “주민들이 공을 들인 공동사업장이 제대로 영업도 해 보지 못하고 폭우와 함께 쓸려내려간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청일면 일대는 지난 8,9일 이틀간 400㎜에 육박하는 비가 내려 50여건의 크고 작은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한편 횡성군 누적강수량은 청일면이 8일부터 10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도내 최고수준인 373㎜를 기록했고 서원 361.5㎜, 갑천 359㎜, 공근 353.5㎜, 둔내 335㎜, 횡성읍 334㎜ 등으로 집계됐다. 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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