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장관 현지에서 유력 발언, 공모는 요식 행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북 구미 현지에서 직접 반도체특화단지 입지 선정에 적극 개입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언동을 보여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8월 8일 구미상공회의소 주최 초청 특강에서 구미엔 반도체 기업이 많이 들어섰고 국가산업단지도 여럿이라며 치켜세웠습니다. 반도체특화단지 유치전에 나선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9~10월 중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해 국무총리 주재로 첫 회의를 갖고 11월까지 수요 조사를 거쳐 연말이나 내년 1월 중 특화단지 지정 방침임을 공표했습니다. 전국 시도는 반도체 분야 기업 투자에 대한 지원 강화 등 전략산업 유치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매우 예민한 성격을 갖는 국가 정책 수행 방식이 아무래도 공정성을 잃었을 듯싶은 일이 생겨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희룡 장관의 특강 발언을 보면 “구미는 국가산단이 5곳이나 있고, 반도체 관련 기업이 많아 그 당위성이 충분하고 유력한 곳”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두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사실상 지원을 피력했습니다.

관련 부서 장관이 한 지역에서 첨예한 사안의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지역 간 강도 높은 경쟁 정황을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일로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을 경제부지사로 영입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11일 조직 개편에서 ‘반도체산업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입장에서는 무색해지는 사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 계획을 예의 주시하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전략을 짜고 있으나 공모 절차가 요식행위는 아닌지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경북 구미뿐 아니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인천시, 경기도 의정부시·양주시·파주시·대전시와 청주시, 광주와 전남 등 사실상 전국 거의 모든 지자체가 사활 건 경쟁에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수십 년 동안 지역 간 경쟁을 붙이는 방식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상 행정에 부담을 주는 이런 정책 추진이 합당한 것인가에 회의적인 시선이 큽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추진됨으로써 강원도처럼 인프라 열세의 지역은 행정 피로감을 증폭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에 기본 원칙을 지키는 공정 추진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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