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영화평론가 ‘삶이 물었고…’
영화로 자비·생태 등 불교철학 풀어

“눈과 마음에 불심을 더하는 순간, 내가 보는 모든 장면은 화두가 된다”

이안 춘천SF영화제 운영위원장(영화평론가)이 최근 쓴 책 ‘삶이 물었고 영화가 답했다’는 불교적 관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며 쓴 글들을 묶었다. 불가의 가르침은 경전 뿐 아니라 삶 어디에서나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영화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영화와 평생 함께 한 저자가 매일 부딪치는 삶 속 의문을 영화에서 수행하듯 치열하게 찾은 과정이 보여진다.

첫 작품은 윤여정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미나리’다. 생명의 싱그러움을 예찬하는 이 영화에 대한 글로 책을 연다. 마블 블록버스터 ‘닥터 스트레인지’에 대해서는 ‘21세기의 불제자’라는 부제를 붙여 “불가의 가르침을 대중적인 방식으로 오락물 안에서 설명하는 흥미로운 영화”라고 소개했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오세암’에서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지키는 따뜻한 불심을 이야기한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자비’와 ‘용서’에 대한 영화 8편도 엮었다. 정선 출신 라미란 주연으로 강원도청 등에서 촬영한 영화 ‘정직한 후보’에 대한 글에서 불교 교리를 요즘 정치 상황과 비교한 부분이 흥미롭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다룬 다큐 ‘낮은목소리’ 연작을 소개하며 용서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인용하기도 했다.

3부 ‘생명을 품는 마음’에서는 생태를 주제로 한 작품들도 10편 소개한다. 생명이 하나의 연결고리 속에 있다는 불교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이다. 넷플릭스로 개봉한 ‘승리호’에 대해 ‘극장을 포기하더라도 아직 지구를 포기할 수 없는 영화’라고,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은 자의 성불을 기원하는’이라는 부제를 붙여 생명과 불교, 영화 장르간 고리를 잇는다.

또 ‘황해’ 이후 많은 상업영화에서 조선족 사회가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했다. 폭력적 묘사에 비해 그 배경은 지나치게 단순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끌어내지 못하는 점 등은 비판의 지점으로 삼는다.

희망을 꿈꾸는 작품들로 4부에서는 노동자와 여성인권을 위해 여공들의 이야기 ‘미싱타는 여자들’, 정선에서 촬영한 ‘기적’ 등을 다루고 있다.

이안 운영위원장은 “탱화 안에서 대중들은 이야기를 엮고 삶을 느끼고 불심을 다진다. 내겐 영화가 그런 것”이라며 “어리석은 눈과 마음에 불심으로 보면 어떤 영화든 화두요, 답이었다”고 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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