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순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 이경순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철 지난 얘기 해보려 합니다.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전, 한 신문보도에 살짝 놀랐던 얘기입니다. 도 여협이 도지사 후보 초청 자리에서 도 여성특보에 이임 도 여협 회장을 당연직으로 선임해달라고 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단체가 자리 로비를 해도 되나?’ 순간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14개 도 단위 여성단체와 18개 시·군 여성단체협의회가 모인 단체이긴 하지만 도내 모든 여성단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당장 여성경제인단체도 빠져있습니다) 그간 여러 번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성주류화에 바탕해야 할 여성 정책 전반을 자문할 특보. 그것도 당연직으로 선임해달라는 것은 제 상식상 고개가 갸우뚱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특보가 다소 명예직 적인 면이 있을 수 있어 정기적 보수를 받는 자리도 아니고 회의나 출장 시 실비용을 받는 정도이겠고, 말이 좋아 특보지 지사를 직접 만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짐작합니다. 내심으로는 장차 시·군 선거에 진출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면 디딤돌이나 지름길로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런데 며칠 전, 신문을 보고 또 놀랐습니다. 현 여협 회장이 정말 민선 8기의 여성특보로 선임된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단체의 건의가 바로 이루어지기도 하는구나(건의는 이임회장으로 했는데 현 회장이 선임됐으니 발전적인가요) 한편 감탄하면서, 이제 출범 한달 반을 맞는 민선 8기 강원도정에 두 가지 여성 정책을 건의하고자 합니다.

우선 각 부서를 총괄해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성평등 정책 전담 조직을 설치해 달라는 것입니다.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로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6년 승격된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두번째지요. 성평등 정책에 관한 한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된 이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국 최초로 2018년 개방형 성평등 정책 전담 조직을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설치한 일입니다. 현재 강원도는 보건복지여성국 산하 여성청소년가족과에서 여성 정책을 담당하고 있고 여성정책, 여성복지, 다문화가족, 청소년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혹자는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할 일 하니 별 차이가 없으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업무상 확연히 다른 점이 눈에 띕니다. 바로 ‘도정의 성주류화 제도 추진 총괄’입니다. 성주류화란 모든 정책 수립에 기본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탑재하는 것이니 타 부서와의 공조와 협조를 얻지 않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공직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 종합대책 수립, 여성 인재 DB관리 운영, 성평등 사전 검토제, 부서에 양성 평등 담당관제를 지정, 운영하는 일도 눈에 들어옵니다. 모두 일개 과에서 수립하기에는 어려운 일들이니 권한있는 성평등 정책 전담 조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 도내 성평등 교육센터 설치를 제안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올바른 성평등 관점을 심어주고 알려주는 성평등 교육은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현재 성평등 관련 전문 강사는 부족한 실정이고 강사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 역시 중앙에 집중돼 있습니다. 성평등을 교육하고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수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교육센터가 있어야 도민의 성평등 인식을 제고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달 발표한 ‘성격차 지수(GGI)’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99위였습니다. 성격차 지수가 제일 적은 나라 1위는 13년 째 아이슬란드가 차지했군요. 2위는 핀란드입니다. 유엔산하 자문기구인 SDSN 의 ‘2022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핀란드는 5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선정됐고, 아이슬란드 역시 3위로 계속 상위권에 속해 있습니다

핀란드와 아이슬란드의 예로 보면 성격차 지수를 좁히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인걸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성평등국을 설치하고 있고 성평등 일등국가인 아이슬란드가 변화한 것은 1975년 10월 25일, 단 하루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 하루, 여성 단체가 주도한 전국 여성 파업에 여성 90%가 참여하면서 남성들이 국가 경제와 사회에 여성들의 공헌도가 얼마나 큰지 체감했다는 거죠. 이듬해 유급 출산휴가와 임신중단권이 보장되고, 5년 뒤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해 내게 됩니다.

모쪼록 새로 출범하는 민선 8기 도정의 여성 정책이 진일보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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