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희 장편소설 ‘복도식 아파트’
전작 이어 부동산 문제 다뤄 눈길
1인 출판사 운영 올해 세 번째 출간

어느새인가 아파트는 사는 곳이 아닌 투기의 대상이 됐다. 개인의 ‘사회적 계급’인 동시에 노후를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로도 통한다.

2015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서경희 작가가 두 번째 장편소설 ‘복도식 아파트’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를 꼬집었다. 가까운 미래 아파트 가격 폭락이 벌어진 세상을 다룬 장편소설 ‘수박 맛 좋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깊이 있는 주제를 비판적이면서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문장이 돋보인다.

주인공 ‘은영’은 빚을 내서 경기도 외곽 좁고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를 구입한다. ‘갭 투자’가 기승을 부리며 전세가가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립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자 아파트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바뀐다. 은영은 아파트를 팔고 도시를 떠나려 하지만, 아파트는 팔리지 않고 도시에 발이 묶인다. 은영은 결국 가입을 피했던 매립지 반대 투쟁위에 들어가게 되고 국가권력에 맞선 소시민들의 투쟁에 동참한다.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날들이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을 지키려는 은영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그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대학 시절 외환위기를 겪었고, 어머니의 부동산 투자 실패로 중산층 삶에서 밀려났다. 2003년 카드대란이 터졌을 때는 빚 때문에 첫사랑을 잃었다. 이를 통해 IMF부터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20여년에 걸친 대한민국 부동산의 흥망성쇠는 “아파트는 자산을 항상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은영의 모습은 작가 자신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어려운 시기가 늘 따랐기 때문이다. “은영은 결혼과 동시에 연극을 포기하고 학습지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이라는 첫 문장도 그렇다.

서경희 작가는 10년간의 습작을 거쳐 김유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지만 지난 2월 첫 책을 출간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이 운영하던 극단도 폐업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단편소설 한 편을 책으로 엮은 ‘꽃들의 대화’ 등 올해만 세 번째 작품을 펴냈다. 어쩌면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글을 써왔던 것은 아닐까. 글쓰기는 작가 자신을 응원해 온 거대한 힘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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