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옆으로 밀려나… 파주 시민단체 이전 나서

동해시에 위치한 고 장준하 선생의 ‘새긴돌·통일시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뜻있는 시민들의 우려가 큽니다. 파주에 있던 새긴돌을 15년 전 동해시로 이전한 이유는 독립운동가 장 선생의 조국 통일 의지를 국토의 근간인 백두대간에서 세우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다르게 주차장 가장자리로 옮겨지는 등 홀대를 받아, 독립·통일운동가 위상에 걸맞은 관리·보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장준하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새긴돌과 통일시비는 통일운동가 고 백기완 선생이 지난 1989년 경기 파주시 장곡리 검문소 앞에 세웠다가 지난 2007년 3월 10일 동해시 이기동 백두대간 더받이령(이기령) 자락 노나메기 마실터(동점)로 옮겼습니다. 새긴돌에는 장준하 선생의 독립·통일·민주화운동 활동 약력이, 통일 시비에는 장 선생의 통일 정신을 기리는 ‘장준하 통일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동해시가 이곳을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면서 새긴돌·통일시비를 주차장 옆으로 밀어낸 이후 행정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새긴돌과 시비는 백두대간 이전 작업을 도운 사회단체와 일부 시민들이 잡초를 제거하는 등 힘겹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백기완 선생은 생전에 통일시비와 새긴돌을 파주에서 동해로 옮긴 이유에 대해 “장준하 선생의 혼령이 백두산에서 범이 내리 달리는 길목 백두대간의 중심인 동점 귀터에 찾아온 것이다. 동해는 삼화사 천년고찰과 이승휴의 제왕운기, 조선건국신화, 임진란 때 5000여명이 목숨 바쳐 지킨 두타산성 전투가 있는, 뿌리 깊은 애국현장”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민들이 새긴돌 홀대에 대해 더욱 안타까워하는 이유입니다.

방치 소식이 파주 지역에 전해지면서 현지 시민단체들이 이전 활동에 나섰습니다. 지난 2019년 ‘장준하 시비 이전위원회’가 조직되고 탄현면 통일통산 장준하 공원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방치와 홀대가 그 이유라니, 도민과 동해시민 입장에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 계획과 방안을 밝혀야 할 때입니다. 독립운동가인 장준하 선생의 정신을 알릴 수 있도록, 새긴돌과 통일시비를 눈에 잘 띄는 자리로 옮겨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동해시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대로 방치하다가 시비가 백두대간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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