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주민대표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 이름을 ‘접경지역’ 대신 ‘평화지역’으로 사용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들 지역은 북한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지정학적 이유로 그동안 개발제한 등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접경지역은 남북 교류를 위한 교두보라는 위상을 갖게 됐다. 이를 낙후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이름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에 발맞춰 강원도는 평화지역 TF를 평화지역발전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평화지역발전본부에는 남북교류 사업을 전담하는 남북교류과와 DMZ지대 개발계획 수립 등 접경지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총괄기획과를 신설해 평화시대에 맞는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이 외에도 평화지역문화과와 평화지역숙식과, 평화지역경관과 등 모두 5개 과로 구성됐다. 이로써 평화지역으로의 명칭 변경에 이어 행정지원체계가 갖춰짐에 따라 평화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강원도 평화지역발전본부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최근에는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됐고, 북한은 연일 대남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짙은 어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이어 지난 7월에는 김진태 도정이 출범했다. 김진태 지사는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으로 꼽힌다. 강원도 차원의 남북교류사업의 변화가 예상됐다. 실제로 강원도 평화정책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민선 8기 강원도 조직개편안에서 평화지역발전본부가 사라진 것이다. 남북교류와 접경지역 관련 업무는 기획조정실과 관광문화국 등 타 부서에 분산됐다.

2018년 평화와 교류협력의 부푼 꿈을 안고 출발했던 평화지역발전본부는 결국 공중분해 되고 말았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의 ‘평화’마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까 걱정이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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