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첩첩 물 겹겹

좁다란 분지 마을

잿빛 개울가 까치발 건물

산비탈 게딱지 같은 탄광사택

하늘 오천 평



쪽빛 바다를 앞뜰로 한

갈남(삼척 어촌마을)에서

짝꿍 영범이는



골 깊은 하늘이 주는 중압감에

늘 숨가빠했다



막장 광부의 소박한 소망

논 스무 마지기 그 절반 겨우 채우고

마흔 살 설운 나이에 영면하신 아버지와

자식 넷을 앞세운 애잔한 어머니가

함께 잠든 땅



시간은 아픈 기억도 아름답게 채색해

가슴 한 켠에 추억으로 자리하고



판잣집 창 백열등 불빛과

늙은 광부의 바튼 기침소리마저도

포근하고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곳



흑백사진처럼 떠오르는 아련한 그리움

저녁놀이 물들 때면

집집마다 피어나던 굴뚝연기

구수한 된장국 내음

그 무렵 밤하늘엔 별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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