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행사 축소·폐지, 문화 예술계 위축 우려

도내 대규모 문화행사들이 예산 감축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도정을 비롯해 여당 소속 지자체장으로 교체된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정책 재편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내세웠던 ‘평화’와 ‘의미’ 중심 문화는, 국민의힘 단체장들이 들어서며 ‘민생’과 ‘경제’ 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입니다. 효율적 예산 집행을 위한 정책적 판단으로 보이지만, 문화예술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우선 대규모 문화예술행사들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2019년 나란히 시작된 도내 국제 단위 영화제 2개가 두 달 사이 잇따라 폐지됐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유산인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지난 6월 열린 제4회 행사를 끝으로 완전히 막을 내렸습니다. 영화제는 도 18억원, 평창군 3억원, 후원 1억원 등 22억원 규모로 개최됐으나 최근 실무협의 끝에 예산 지원 중단이 결정됐습니다. 앞서 강릉시도 지난달 강릉국제영화제 개최 중단을 결정, 해당 예산을 출산 장려금에 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대규모 문화행사들도 재검토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도는 일회성 행사 예산을 줄여 더 많은 순수예술인과 단체에 돌아갈 창작활동 지원비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규모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도내 문화예술계가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단시간 내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긴축 재정을 위해 문화예술계가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예산을 줄이면 늘 문화예술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면밀한 검토 없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면 올림픽 후 어렵게 세워 온 지역 문화예술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역에서도 “꾸준히 성장해 온 문화행사를 갑자기 멈추는 것은, 그간 투입된 예산과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정책은 당장의 수익이나 효과를 목표로 펼치는 사업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인내와 노력이 쌓이면서 주민이 향유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집니다. 특히 국제 행사의 경우 연속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문화계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제 등 국제 행사 폐지를 추진하려면, 정책 추진에 앞서 문화계와 주민의 의견을 먼저 수렴해야 합니다. 또한 설득력 있는 논리로 취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하는 정책은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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