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디 오는 것만 같아서
저기 반정리 버스정류장까지 마중을 나갈까 봐
탐스럽게 익어간 여름이 끝났어야 할 시점에
잠시 찬바람이 한 줌만 불어와도
얼른 허리춤에 바지를 걸쳐 입고 뛰어나가고 싶은데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을 타고
하늘에서는 높은 뭉게구름을 타며
벌써 내 곁으로 다가왔어야 할 낙엽 떨어지는 소리
이미 와 있어야만 했는데
발걸음은 왜 이리 더디고 더딘지
너무 성급한 마음에 뛰어오다가 넘어진 것은 아닌지
딴 곳에 마음이 쏠려 제정신은 아닌지
며칠째 너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봐도
애타게 기다리는 내 마음만 분주한가 봐
그래도 오늘은 아침밥을 일찍 먹고
재 너머 누렇게 익어가는 안미평야에 가서
언제쯤 올 것인지 벼이삭들에게 물어나 봐야겠다.
누가 너의 미세한 발자국 소리라도
바람결에 이미 들어본 사람이라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