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버섯
▲싸리버섯

9월이면 한반도 전역이 심한 몸살을 앓습니다. 태풍이 휩쓸며 이재민이 속출하지요. 재해의 성격을 놓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인재냐 자연재해냐. 그러나 그뿐, 시간이 지나면 피해자들의 고통만 남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숲속 풍경은 더 참혹(?)합니다. 태풍이 휩쓴 자리는 폭격 맞은 전장과 다를 바 없지요. 아름드리나무가 몸통째 부러지고 바위와 고목이 뒤엉켜 댐을 만듭니다. 계곡은 삽시간에 물이 불어나 형태를 달리하지요. 이곳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숲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버섯의 대향연! 백로를 전후로 자라기 시작하는 능이, 송이, 표고, 느타리, 밤버섯, 가지 버섯 등 온갖 종류의 버섯이 기다렸다는 듯 기지개를 켭니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버섯 포자가 비바람과 천둥 번개에 놀라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합니다. 싸리버섯류도 그중 하나. 송이싸리, 붉은사리(사진), 노랑싸리 등 종류만 수십 가지에 이르는 싸리버섯은 바람과 물 빠짐이 좋은 능선 좌우에 걸쳐 멋진 자태를 연출합니다. 데친 뒤 바로 먹을 수 있는 송이싸리(보라싸리)는 한 자리에서 대형 배낭을 채울 수 있을 정도지요. 물론 운이 좋아야겠지만.

싸리버섯이 자랄 땐 시골 장터가 시끌벅적합니다. 버섯 흥정에 시간 가는 줄 모르지요.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요리 방법도 다양합니다. 전골, 볶음, 파스타 등 어디에나 잘 어울립니다. 효능으로는 혈액순환 개선, 항암, 콜레스테롤 감소, 뼈 건강 증진 등이 꼽힙니다. 특히 섬유질과 무기질이 많아 체내 노폐물과 나트륨 축적을 억제합니다. 그러나 독성이 강한 노랑, 붉은싸리는 끓는 물에 데친 뒤 3~4일 이상 찬물에 우려내야 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충직한 참모로 널리 알려진 장세동씨는 세상의 악과 부조리를 쓸어버리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물론 무위에 그쳤지만 그가 들었던 싸리빗자루는 장안의 화제가 됐었지요. 싸리버섯은 빗자루를 만드는 싸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버섯에 함유된 독성이 설사를 유발, 장을 깨끗이(?) 청소하기도 합니다. 이를 역이용하는 분들도 있고. 그러나 탈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태풍과 함께 찾아온 싸리버섯의 계절! 세상의 너저분한 패악과 잡티가 말끔히 정리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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