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제정·예산 심사 등
의원의 기본적인 업무 물론
환자를 대하듯 주민 대할 때
이해하려 노력하고 소통하면
분명 ‘민원처리의 명의’될 것
여민동락 되새기는 의회 다짐

박귀남 양구군의회 의장
박귀남 양구군의회 의장

어머니의 몸을 빌려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는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영양을 보급받아 생명을 유지하지만, 그 생명은 오롯이 어머니의 영양 공급이 지속될 때 한한다. 열달이 되어 갈수록, 어머니는 그 무게를 점점 더 견디기 어렵고, 아이도 완전한 사람의 형체를 가짐에 따라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한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해 뱃속은 매우 안전한 곳이지만, 아이가 한 사람의 개체로서 온전히 독립하기 위해서는, 그 탯줄을 끊고 존재 증명의 첫울음을 터뜨려야 한다.

지난 7월 18일, 의회사무과로 전출을 희망하는 9명의 직원에 대해 군청에서 의회로 전출전입을 처리했고, 어머니의 모체에서 출산이 이루어지듯이 이제 비로소 양구군청 소속의 의회사무과가 아닌 양구군의회 소속의 사무과가 생겼다. 지방자치 31년이라는 세월 동안 군청이라는 어머니 뱃속에서 양육됐다가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독립이 아닌 의장의 인사권 독립이라는 한계 속에서, 의회기구의 조직권, 재정권 등의 탯줄을 완전히 자르지 못한 미완의 출발이 됐다.

의원은 군민의 작은 마음까지 늘 기억하고 군민의 아픔과 소망들을 가슴에 품고, 주어진 여건하에서 늘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심사하며 결산을 승인하고 행정사무를 감사하기 위해, 의안을 발의하고 회의장에서 발언하며 표결에 참여하고,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행사하며 청원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것은 의원의 권한이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의원의 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의원이 된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와 같은 업무를 바탕으로 주민의 복리를 증진시키고 민원을 해소하는, 늘 군민의 편에서 항상 낮은 자세로 배우고 찾아가며 일하는 의원, 그것이 진정한 의원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동의보감에 ‘통즉불통(通卽不痛)’,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 ‘불통즉통(不通卽痛)’, 즉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이 있다. 민원의 관점에서도 명문이라 할 것이다. 의원(醫員)이 환자를 대하듯이 의원(議員)들이 주민을 대할 때, 잘 들어주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마음을 읽어 잘 소통한다면 분명 민원처리의 명의가 될 것이다.

또한 맹자에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말이 나온다.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 한다는 말이다.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과 고통도 같이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읍·면에 주민자치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다. 지금까지는 거의 제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주민자치회가 생기면서 의회와 군청이 견제와 협조로 군정을 이끌어 가듯이, 비로소 읍·면의 주민들과 더불어 주민자치회와 읍·면사무소가 협력해, 주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주민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됐다.

전년도는 의회가 개원된 지 30년이 되는 해였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제는 의회도 홀로 서야 하는 청년의 나이가 된 것이다. 아이에서 청년이 되듯이 더 크게 성장하는 의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인사권 독립이 있었고, 앞으로 조직권, 재정권 등의 독립도 필요하며, 의원들에게도 한단계 성숙한 의정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하여 젊은 의회의 힘으로 오로지 주민만을 위하는 의회로, 의원이 아닌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군민만을 바라보는 의회로 거듭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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