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마루
사과나무에
빨갛게 익은 사과 하나
침만 꼴깍이며
종일을 기다리던 밤이
똑 따먹고
어, 내 사과
사과 내놔, 내 사과 내놓으라고
쉼 없이 보채는 낮의 성화에
할 수 없이 밤은
사과 대신 하늘 가득 별꽃을 피우고
밤하늘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낮은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와, 사과꽃이 저렇게 예쁘구나, 너무도 아름답다.
그제야 잔뜩 났던 화가 풀려
벙글벙글 웃으며
“어둠아 내 사과 안 주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