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사투리를 거리 예술로
강중섭 작가 개인전 ‘바밍(bombing)’ 오는 25일까지 강릉 뮤지엄홀리데이
사투리 감각적 표현·사회문제도 풍자

▲ 무제(강중섭 작)
▲ 무제(강중섭 작)

‘허락없이’ 공공 기물이나 사유지에 낙서를 하는 행위, ‘그래피티’는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오는 25일까지 강릉 뮤지엄홀리데이에서 열리는 강중섭 작가의 전시 ‘바밍(bombing)’은 그래피티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리에 낙서하는 예술 ‘그래피티(graffiti)’는 당초 1960~70년대 미국 뉴욕의 할렘가에서 시작됐다.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등 사회 고발 메시지를 담은 거리 예술이 시초다. 하지만 공공 재산이나 사유 재산, 문화를 훼손하는 ‘반달리즘’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그래피티의 주요 표현 방식 중 하나가 ‘바밍(bombing)’이다. 말 그대로 ‘폭탄(bomb)을 투하한다’라는 뜻으로 외부의 통제를 받기 전 빠르게 낙서를 하고 도망간다는 의미다.

▲ 무제(강중섭 작)
▲ 무제(강중섭 작)

뉴욕에서 흘러온 그래피티 예술에 강중섭 작가는 강릉의 지역색을 담아 자신만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영문 문구를 휘갈겨 적거나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태깅(Tagging)’과 같은 그래피티 대신 ‘강릉 사투리’를 썼다. “그그요 그려우수이 볼기 아니잖소(그거 그렇게 우습게 볼 것이 아닙니다)”, “강릉이래요”, “어서오우야(어서오세요)”, “왜서(왜)” 등 강릉지역 사투리가 감각적인 그래피티로 되살아났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젊은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남다른 발상이 돋보인다. 강 작가는 “사투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 강릉에서 성장해 온 청년으로서 아쉬움이 컸다”며 “글자를 디자인하는 예술로 사투리 문구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 무제(강중섭 작)
▲ 무제(강중섭 작)

총 20점의 그래피티를 그린 입체와 평면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는 전쟁 반대, 환경 오염 등 사회문제도 유쾌하게 풍자한다. 시계 위에 시침과 분침 대신 가위가 올라 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양복을 입고 뛴다. 가위날 사이를 뛰는 사람은 분초 단위를 다투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보는 듯하다. 전시 기간 중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강 작가가 도슨트로도 직접 참여해 작품 설명을 맡는다.

강중섭 작가는 강릉원주대 한국학과를 졸업했으며, 5년여간 강릉에서 힙합 음악과 그래피티 아트 활동을 해오고 있다. 강릉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KBS ‘이유인즉슨’과 원주MBC 등 지역방송에서도 활약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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