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호 태백주재 부국장
안의호 태백주재 부국장

내년 6월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14일 태백시를 방문, 간담회를 가졌다.

‘GO One-Team 비전공유 현장간담회’란 이름으로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 이상호 태백시장은 지역의 폐광대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매봉산 산악관광 조성사업 현장과 태백 休(휴) 전지훈련센터 조성 사업현장으로 김 지사를 안내하며 태백시가 처한 현실을 토로하고 도 차원의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새로운 관광지로 위기를 타개하고 있는 타지역을 예로 들으며 “매봉산 산악관광 사업과 스포츠 전지훈련 추진 등으로 새로운 대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화답했다.

김 지사는 이 시장이 최근 본지가 주관해 삼척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권역별 발전방안 모색-폐광권역 대토론회’에 참석해 “태백시는 폐광지역진흥지구로 묶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오려는 기업이 없다. 기업이 미치지 않고서야 태백에 들어오겠냐”며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눈물로 성토한 것을 언급하며 “이제 우리 한 번 같이 미칠 정도의 각오로 제대로 태백 발전을 위해 일해보자. 태백을 위해 같이 한번 미쳐보자”라며 이 시장의 호소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태백지역의 유일한 가행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막장에서 물과 석탄이 쏟아지며 광부 1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성광업소는 아직까지 태백경제의 25%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 기간산업이지만 지난해 정부와 대한석탄공사노조가 오는 2024년 폐쇄하기로 잠정합의하면서 사실상의 폐광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신규인원을 전혀 충원하지 않아 2016년 1137명이던 인원이 올해 7월 말 현재 555명으로 절반이상 줄었다. 석탄생산량도 지난 2016년 44만7000t이던 것이 지난해 16만5000t으로 감소했지만 관리해야 할 시설은 그대로여서 현장의 광부들은 안전사고 위험을 호소하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요구해왔다. 이날 사고가 발생하자 지역의 한 퇴직광부는 “예고된 인재”라고 단정하며 “지금처럼 인원 충원 없이 시설을 운영할 경우 또 따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일몰 직전의 어스름이 몰고 온 을씨년스러움이 태백지역을 휩싸고 있다. 정부는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이유로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한 광업소 조기폐광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오는 2024년으로 장성광업소 폐광 시일을 잠정 합의한 뒤 현재 광부들이 호소하는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듯한 모습이다. 태백시도 광부들의 안전은 ‘스스로 알아서 할 문제’로 치부하며 대규모 관광개발 등 대체산업문제만 주력하는 상황이다. 관련 사회단체에서도 태백 순직산업전사위령탑을 중심으로 성역화 사업과 광산순직근로자 예우를 위한 법률 제정, 위령제 국가주관 행사 격상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살아 있는 현장의 산업전사는 잊은 듯하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도 “아침 가게 문을 열면서 오늘은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이 10명만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며 “평생 직장을 잃게 되는 광부들의 사정도 딱하지만 지역 상인들도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라며 하소연한다. 정부의 폐광대책이 특정 부분에 쏠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이다. 각박한 인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40대 광부가 인재성 사고로 숨진 태백은 아직까지 탄광도시이다. 소수라는 이유로 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이다. 이 자명한 사실에서부터 폐광 이후의 태백을 그려야 한다. 그것이 공정(公正)이고 태백이 가야할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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