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민 삼척주재 부국장
구정민 삼척주재 부국장

불교를 창시한 고타마 싯다르타(瞿曇 悉達多), 인도 석가족(族) 출신 성자라는 뜻의 ‘석가모니’로도 불리는 그에게 제자 하나가 어느 날 질문을 던졌다. 그 제자는 ‘세상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목숨과 몸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석가모니는 “제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길을 걷다가 어디에서 날아온 독화살을 맞았다고 하자. 그런데 독화살을 맞은 자가 빨리 독화살을 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독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이며, 어디서 날아왔고, 화살의 재질은 무엇인지 등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했다. 그 제자는 당연히 “죽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석가모니는 “그렇다. 그 사람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화살을 누가 쐈고 화살의 정체가 무엇인지가 아니라 당장 독화살을 빼 목숨을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법화경’ 등 불교경전에서 전해지고 있는 그 유명한 ‘독화살의 비유’이다. 어떤 중대한 일에 맞닥뜨렸을 때 그 원인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3년 넘게 코로나19 등 여파에 따른 펜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비롯해 6개월 넘게 지속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일시적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른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제·금융 위기에 더해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 우려까지 나오는 등 복합적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민생과 경제위기는 뒤로 하고 집안 싸움에다 여·야간 다툼으로 중요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시골 기자가 저 멀리 중앙 정치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열악한 지방재정에다 마땅한 앵커기업 하나 없어 관광경기 등에 기대야 하는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국가적 경제위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장 국가지원을 줄인다는 정부 발표에 반발하는 자치단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어떤 시장은 눈물까지 보이면서 국가차원의 지원을 절실하게 호소했다.

비록 정치와 경제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정치가 민생과 경제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우리 지역민들은 3년 넘게 지속중인 코로나19 여파에다 저 먼 타국 땅에서의 전쟁 등으로 인한 경제 불황을 직접적으로 겪고 있다. 이번 추석 때는 배추 한 포기에 1만5000원라는 사상 초유의 고물가를 경험했고, 직장인들은 점심 밥값으로 1∼2만원을 지불하기 부담스러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때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독화살은 이미 우리 민생과 경제에 깊숙이 박혀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누가 독화살을 쐈고, 어디에서 날아왔으며, 화살의 재질이 무엇인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우리 손으로 선출된 정치인들이여. 독화살부터 먼저 뽑아내자. 그런 뒤에 누가 독화살을 쐈는지를 면밀하고 확실하게 알아보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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