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마중
▲ 까마중

태풍이 오가는 길목, 맨몸뚱이로 바람에 맞서는 식물의 처지를 안쓰러워하다 이내 생각을 달리합니다. 꺾이고 잘리고 찢기는 일이 다반사지만 바람이 잦아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참 대단한 뚝심입니다. 이뿐만이 아니지요. 물에 잠기고 흙더미에 묻혀도 사력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는 식물일수록 스스로 일어서고 자라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근성, 끈기, 인내에 경외감을 느낍니다.

10여 년 넘게 이어오던 텃밭 농사를 중단(?)했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자의 반 타의 반! 농사를 지어 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봄과 여름, 가을이 모두 다르다는 걸. 특히 장마가 끝날 즈음의 텃밭은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하루 이틀만 게으름을 피워도 삽시간에 잡초로 뒤덮여버리지요. 말 그대로 피아를 구별할 수 없게 됩니다. 뿌리를 깊게 박은 잡초는 이방인이 아닙니다. 주인 행세를 단단히 하지요. 제초제로 극약처방을 하지 않는 한 속수무책입니다. 이런 상황을 주변 동료 농사꾼(?)이 이해할까요. 엄청난 민폐입니다.

텃밭을 망가뜨리는 주범은 바랭이풀과 까마중. 풀을 뽑고 돌아서기 무섭게 세력을 뻗치는 바랭이는 모든 농사꾼의 주적입니다. 뿌리가 질기고 단단합니다. 제초 시기를 놓치면 영락없이 텃밭을 내줘야 하지요.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풀! 또 다른 주범인 까마중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농사에 해롭지만 요모조모 쓸모는 있으니까요. 왕성하게 자라 모기 등 해충을 끌어들여도 꽃과 열매, 잎, 줄기를 약재로 쓸 수 있어 잡풀로만 대할 수 없습니다. 잡초인 듯 잡풀이 아닌 식물이지요.

7∼8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까마중은 강태 깜두라지 등 여러 이칭이 말해주듯 시골 농부들에겐 친숙한 식물입니다. 초가을 무렵 까맣게 익는 열매는 단맛이 풍부, 간식거리로 부족함이 없지요. 한방에서는 ‘용규’라 하여 해열, 이뇨, 피로회복제로 처방했습니다. 민간에서는 잎과 줄기를 말려 약재로 사용했는데 항염, 항암은 물론 피부질환과 독성물질 제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린잎은 끓는 물에 데쳐 나물로 먹는데 쓴맛이 강해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도 텃밭 농사꾼에겐 반갑지 않은 식물입니다. 채소를 포기하고 까마중을 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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