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춘천 안성희 작곡가 작품 공연
이어령 선생 추모·시대 이슈 표현
소리·무용·프로젝트 맵핑 등 다채

지구의 죽음은 곧 우리의 죽음이며 나의 죽음이다. 비대면이 익숙해진 세상 속에 디지털 기술은 너와 나를 끊임없이 연결한다. 현대사회의 정체성은 ‘개인의 고립’에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더 강한 운명공동체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안성희 작곡가(강원대 음악학과 교수·사진)가 20일 오후 7시 30분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선보이는 ‘뉴런 앤스로파우제(Neuron Anthropause)’는 이처럼 복잡한 이슈와 고민들을 음악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인류가 마주한 전 지구적인 이슈를 소리와 무용, 시각효과 등 융복합 예술로 풀어낸다.

안 작곡가는 최근 별세한 고 이어령 선생을 생각하며 작품을 썼다. 우리 시대의 지성이자 자신의 멘토였던 고인이 세상과 이별을 앞둔 마음이 어땠을지, 그 내면을 짐작했다.

먼저 작품 ‘흑우’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선생의 말씀을 떠올리며 그를 추모한다. 경기민요전수자로 뮤지컬 퍼포먼스 ‘아리아라리’에서 주연으로 활약 중인 조슬아 경기민요전수자의 소리가 함께하는 곡이다.

공연 첫 프로그램 인‘Spatial Odyssey2022’에서도 김건주 클라리네티스트의 연주가 이어령 선생의 2006년 책 제목 ‘디지로그(Digilog)’에서 딴 ‘Digilog-Fantasy’ 등 두 작품을 품는다. 고인이 남긴 가르침처럼 멈춤 없이 긍정적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프로젝션 맵핑 방식으로 구현, 비주얼 아트와 사운드가 함께 하는 곡도 있다. 곡 ‘고요한 지구’는 음악기반으로 영상이 반응하는 방식을 통해 조용할 날 없는 일상은 곧 모두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점을 말한다.

도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춤추다 추임(박시내·서주연·안형국·이희수·유가현·정연심)의 한국무용도 어우러진다. ‘너없는 우리’는 SNS 속에 산재한 집단 폭력 가능성과 개인주의 사이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춤추다 추임’의 무용으로 풍자한다.

‘Virtual Towns’는 팬데믹 속 급성장한 메타버스 등 가상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황민웅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시각 효과와 함께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미션을 상기시킬 예정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박동일 이리 대표가 미디어아티스트를, 윤지훈(가마사운드)·유범열(악시스)씨가 사운드 디렉터, 조명디자인은 남궁진씨가 맡았다. 안성희 작곡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인류의 멈춤을 뜻하는 언어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코로나19로 개인의 고립이 이어졌지만 문명의 기술을 통해 ‘사회적 우리’는 결국 한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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