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31만 그루 벌목 후 들어선 태양광, 자연재해 원인 지목
도내 발전소 1027곳 산지 설치
지난달 횡성 산사태 70대 숨져
현장 인근 태양광 발전소 위치
“무차별 산림 훼손 재해 유발”

▲ 지난 17일 찾은 홍천지역 곤충 재배 시설. 주민들은 가짜 곤충 사육 시설로 태양광 발전소로만 운영되고 있다며 의심하고 있다.
▲ 지난 17일 찾은 홍천지역 곤충 재배 시설. 주민들은 가짜 곤충 사육 시설로 태양광 발전소로만 운영되고 있다며 의심하고 있다.

산을 깎고 들어선 태양광 발전소가 대형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원도 역시 산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시설이 생기면서 31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벌목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 발전소가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정부는 태양광 발전소의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설치된 강원도내 태양광 발전소는 모두 6963개다. 이 중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은 1027곳으로 약 15%에 달한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7~2021)간 강원도내 산지 태양광 설치 면적은 471㏊로 축구장 663개 면적에 달하고 이로 인해 벌목된 나무는 같은 기간 31만8826그루에 육박했다.

태양광 발전소 설치로 인한 산림 훼손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무차별 벌목이 산사태를 유발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벌목 후 비탈면을 깎아 만들기 때문에 주변 지반이 약해져 장마철 폭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 지면의 무게가 늘어나게 되고, 토사유출과 산사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최근 발생한 산사태들은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거나 인위적 작업이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 9일 도내를 강타한 집중 호우로 인해 밀려 내려온 토사가 민가를 덮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 살던 70대 노인이 숨졌다. 해당 장소 인근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있어 주민들은 산사태의 원인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지목하고 있다. 횡성군과 경찰 등 유관기관은 둔내면 현천리 산사태 현장의 태양광시설과 산사태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횡성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원인이 태양광패널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자문위원들에게 보고서를 제출 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홍천 북방면에서도 고압 송전탑이 생긴 장소에 산사태가 발생해 송전탑이 주택 앞까지 내려와 주민들이 긴장했다. 지난 2020년 8월에도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철원군 갈말읍 일대의 태양광 시설이 폭우에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횡성군에 거주하는 윤모씨는 “횡성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태양광 발전소를 만드는 과정이 사업자만 이득을 보지 지역 주민들은 피해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 해 산사태 발생 건수 중 태양광 발전소가 있는 곳은 단 0.1%에 불과하다며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지난 달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태양광 발전소 사고 이력이 있거나 산사태 위험 등급이 1~2등급인 지역을 대상으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오는 10월까지 특별 관리대상 3000곳을 선정,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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