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11일부터 사흘 동안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렸다. 의장국인 영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정상이 참석했다. 또 유럽연합(EU), 호주, 인도, 한국, 남아공 대표가 초청됐다.

정상들은 회의 개막 다음날인 12일 카비스 베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첫 줄 남아공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영국 존슨 총리, 한국 문재인 대통령, 미국 바이든 대통령. 둘째 줄 일본 스가 총리, 독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트뤼도 총리, 호주 모리슨 총리. 셋째 줄 유엔(UN) 구테흐스 사무총장, EU 샤를 미셸 상임의장, 이탈리아 드라기 총리, EU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치즈~.”하고 사진을 찍었다. 여기까지 좋았다.

다음날 논란이 후끈 달아올랐다. 우리 정부가 이 사진을 정부 SNS에 올리면서 남아공 대통령을 삭제한 것이다.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은 사진 중앙에 가깝게 섰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에 남아공 대통령이 잘려나간 사진을 올리면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다”라고 썼다. 댓글에는 “대통령님 국격을 올려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는 문재인 보유국” 등이 달렸다.

하지만 사진 원본을 확인한 언론들은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라마포사 대통령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인종차별 우려마저 나왔다. 정부는 논란이 확산하자 “실수였다”며 남아공 대통령까지 나온 기념 사진으로 바로 잡았다.

정치권 반응도 뜨거웠다. ‘치유불능 홍보병에 걸린 청와대’, ‘사진 조작으로 국민을 속이고 국격을 훼손한 청와대는 사과하라’ 등 비판이 쏟아졌다. 1년여 전 영국을 무대로 정상외교 막후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조문외교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을 지켜보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봤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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