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품은 기와들이
푸석푸석 늙어 가는데
그 집에 홀로 깃든 어머니
게으른 가을 햇살을 줍는다.
휘어진 어깨 위에 오래된 삶의 목록
이제는 등이 굽은 고목(古木)의 시간으로
이파리도 다 털어 낸 앙상한 고요
고목의 가을 나기는 오늘도 적막하다.
삐걱대는 문소리에 거미줄만 늘어지고
귀뚜라미 울음에 시름만 쌓이는데
귓전을 스치는 소슬한 바람에
사모곡(思母曲) 한 소절 실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