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열무랑 곱게 길러 줬는데

바람 들이친 쑥대머리 같다

짠한 마음에 서툴게 쓰다듬었더니

그새 또 참해진다



시절 따라 딴눈 팔며 떠돌던 사이

달팽이랑 지렁이랑 또

달빛 따라 찾아든 것들 애틋이 품으며

익은 발걸음 소리 기다렸구나

빈 가슴에 가여운 것들 거둔 채

성내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손길 한 번에 순해지고 순해져

뜨끈한 생기 뿜으며 마냥 기다리는



저 순둥이 같은

저 천치 같은



저런 물러터진 성질머리라니!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