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열무랑 곱게 길러 줬는데
바람 들이친 쑥대머리 같다
짠한 마음에 서툴게 쓰다듬었더니
그새 또 참해진다
시절 따라 딴눈 팔며 떠돌던 사이
달팽이랑 지렁이랑 또
달빛 따라 찾아든 것들 애틋이 품으며
익은 발걸음 소리 기다렸구나
빈 가슴에 가여운 것들 거둔 채
성내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손길 한 번에 순해지고 순해져
뜨끈한 생기 뿜으며 마냥 기다리는
저 순둥이 같은
저 천치 같은
저런 물러터진 성질머리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