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팩트확인 없이 정치적 함의 담아 보도한 배경은"
MBC "상식적이고 정당한 보도 해명요구는 언론자유 위협"

▲ 한 시민단체 회원이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 도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MBC 공방과 관련한 의견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남궁창성
▲ 한 시민단체 회원이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 도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MBC 공방과 관련한 의견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남궁창성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중 돌출된 ‘비속어’ 논란이 진실 공방을 넘어 ‘한미동맹 훼손’이라는 정치공방으로 확전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은 팩트 확인도 안된 발언 내용을 대통령실에 반론권도 주지 않고 정치적 함의를 담아 보도한 배경을 MBC 문화방송에 따지고 나섰다. 또 ‘사실관계가 불명확함에도 미 백악관과 국무부에 한미동맹에 대한 악의적 분석을 보낸 배경’도 묻고 있다.

MBC는 이에 대해 상식적인 근거와 정당한 취재 과정을 통해 보도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실의 해명 요구는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등이 만든 한국신문윤리강령은 언론의 자유와 함께 언론의 책임을 중시하고 있다. 동시에 반론권과 독자의 권리존중을 전 언론인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산 대통령실과 MBC의 공방은 언론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전망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지난 26일 MBC에 보낸 질의서를 보면 가장 먼저 음성분석 전문가도 특정하기 힘든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해서 자막으로 만들었는지를 묻고 있다.

또 MBC가 가치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이라는 단어를 국회 문구 앞에 첨언한 이유는 무엇인지, 특히 사실관계가 불명확한데도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대통령의 한미동맹에 대한 악의적 분석을 보낸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용산 대통령실이 MBC에 보낸 질의서 전문은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되고 있다.

이어 ‘보도를 위해서는 사실을 특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확인 노력과 함께 반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입니다. 지난 순방 기간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가 이런 원칙에 부합해 보도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다음과 같은 질의를 드립니다.’라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우선 ‘(현지시간 기준) 9월21일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직후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음성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또 ‘(소속 기자들이 임의로 특정한 것이라면) 대통령실 등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이었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이어 ‘대통령실은 MBC 보도와 관련해 해당 발언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지만 MBC는 최초 보도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보도를 하면서 자사가 잘못 보도한 내용을 ‘국내언론 보도내용’이라는 자막을 달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MBC가 보도한 내용을 ‘국내언론 보도내용’이라 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있다.

이어 ‘대통령실의 설명이후 9월25일 MBC *** 기자의 보도를 보면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날리면’의 병기 없이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반론보도 청구권 차원에서 ‘날리면’을 병기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따졌다.

아울러 ‘대통령실 해명이후 MBC는 입장문을 통해 ‘어떠한 해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발언 중 ‘국회’라는 단어가 마치 미국 의회인 것처럼 별도 괄호로 미국이라 표기한 것은 해석이나 가치판단이 아닌지 답변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미국 의회의 경우 ‘미 의회’, ‘미 상원’이라고 말해왔다.’고 부연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끝으로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고 외교분쟁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즉시 입장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위의 질문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MBC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청 드립니다’라고 질의를 마치고 있다.

이에 대해 MBC는 27일 오후 ‘대통령비서실 공문에 대한 MBC 입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MBC는 먼저 ‘대통령비서실은 어제 저녁 MBC 사장실에 대통령의 이른바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보도가 상식적인 근거와 정당한 취재 과정을 통해 이뤄졌음을 MBC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을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보낸 것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며 ‘대통령비서실에 앞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MBC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장 중 한 명이 국회에 와서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과 ICT 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대상으로 이른바 허위 방송에 대해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MBC 이어 ‘언론사 임원을 소환하려는 시도 역시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제약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MBC는 이처럼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MBC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기를 바라며 MBC는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정치공방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논란 영상과 자막을 처음 공개한 MBC 유튜브 영상을 MBC 디지털뉴스룸 국장이 제작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MBC 노동조합(제3노조)은 27일 성명에서 “MBC 유튜브 ‘오늘 이 뉴스’의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제하의 1분12초짜리 동영상은 MBC 디지털뉴스룸 A국장이 소속 부장이나 기자를 건너뛰고 직접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MBC 노조에 따르면 이 코너는 디지털뉴스제작팀이 만들고, 팀에는 부장과 팀원 등의 소속 기자가 있지만 논란이 된 이번 영상은 A 국장이 직접 제작을 하겠다고 나섰고 영상 편집자를 불러 편집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는 신문윤리강령 전문을 통해 ‘우리 언론인은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을 실현해 주어진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은 민주발전, 사회통합, 민족화합과 평화통일, 문화창달에 크게 기여한다고 믿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7개 조항을 통해 △언론의 자유 △언론의 책임 △언론의 독립 △보도와 평론 △명예존중과 사생활 보호 △반론권과 독자의 권리존중 △언론인의 품위 등을 다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촉발된 진실 공방이 한미동맹 훼손여부 등을 둘러싼 정치공방으로 확전된데 이어 언론 자유와 언론인의 보도윤리 문제로 확산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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