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시기 건조 앞둔 벼 14t 검게 타 버려… 벼건조기에도 불길
화재 원인으로 횡성한우축제 불꽃놀이 오발탄 여부 조사 중

“수확기에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3년만에 전면대면축제로 열린 횡성한우축제 개막식이 진행된 횡성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정미소를 28년째 운영하는 이모(49)씨는 1일 오전 잿더미로 변해버린 정미소 창고와 운반차량을 지켜보며 쓴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정미소와 축제장은 2차선 도로 간격일 정도로 근거리여서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벼 때아닌 화재로 우울한 아침을 맞은 이씨의 감정은 더욱 복잡하기만 하다.

▲ 1일 오전 횡성읍 북천리 소재 정미소 화재현장의 처참한 피해모습이 드러나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정미소는 전날밤 9시29분쯤 비닐하우스 창고 2개동과 트럭 4대가 잿더미로 변했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14t 규모의 벼가 검게 타 버렸다. 박창현
▲ 1일 오전 횡성읍 북천리 소재 정미소 화재현장의 처참한 피해모습이 드러나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정미소는 전날밤 9시29분쯤 비닐하우스 창고 2개동과 트럭 4대가 잿더미로 변했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14t 규모의 벼가 검게 타 버렸다. 박창현

전날 밤 9시30분쯤 횡성읍 북천리 소재 이씨의 정미소 창고에서 불이나 비닐하우스 창고 2개동, 1t트럭 4대를 태우고 1시간여만에 진화됐다.

이날 화재는 정미소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벼건조기 3대에도 불길이 번져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또 비닐하우스 창고에 보관 중이던 벼 14t, 쌀가마로 사용할 마대자루 4만여장도 모두 삼켜버렸다. 이 씨는 화재발생 당시 간신히 트럭 1대와 지게차를 옮기다 화상을 입기도 했다. 소방방국은 1억62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화재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이 씨의 고통은 단순히 검은 숯덩어리로 변해버린 자식같은 시설물 화재 때문만은 아니다. 이씨는 정미소 영업특성상 9월말부터 10월 20일 전후로 벼건조가 한창 몰리는 시기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현장이 믿기지 않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 1일 오전 횡성읍 북천리 소재 정미소 화재현장의 처참한 피해모습이 드러나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정미소는 전날밤 9시29분쯤 비닐하우스 창고 2개동과 트럭 4대가 잿더미로 변했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14t 규모의 벼가 검게 타 버렸다. 박창현
▲ 1일 오전 횡성읍 북천리 소재 정미소 화재현장의 처참한 피해모습이 드러나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정미소는 전날밤 9시29분쯤 비닐하우스 창고 2개동과 트럭 4대가 잿더미로 변했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14t 규모의 벼가 검게 타 버렸다. 박창현

추수기에 맞춰 인력까지 추가 고용한 상태였다. 가을철 수확시기 한창 벼건조기를 돌려야 하는 시기에 시설가동은 엄두도 못내고 거래처 60여곳의 쌀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1일 오전 화재감식을 실시하고 현장 목격자들의 진술과 발화지점 등을 토대로 한우축제 개막축하 불꽃놀이 과정에서 오발탄이 정미소 비닐하우스로 날아들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30일 밤 9시29분쯤  횡성읍 북천리 소재 정미소에서 불이 나 비닐하우스 창고 2개동과 트럭 4대가 잿더미로 변했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14t 규모의 벼가 검게 타 버렸다. 박창현
▲ 30일 밤 9시29분쯤 횡성읍 북천리 소재 정미소에서 불이 나 비닐하우스 창고 2개동과 트럭 4대가 잿더미로 변했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14t 규모의 벼가 검게 타 버렸다. 박창현

이씨 정미소와 불꽃놀이 발사지점은 불과 30m 남짓거리다. 하지만 정확한 화재원인과 책임소재, 보험보상업무가 마무리되기 까지 상당기한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하루라도 빨리 정미소 시설을 원상회복해야 하는 이씨의 마음을 또다시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씨는 “불꽃놀이 발사지점에 소방차라도 배치했으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무지 꿈인지 생시인지 믿겨지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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