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슬

들여다볼수록 가슴이 미어져 무릎 꿇고 봐야 마음 편한 식물. 마침내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마디마다 툭 불거진 혹(?)을 훈장처럼 자랑하는 ‘우슬(牛膝)입니다. 소의 무릎을 닮아 쇠무릎이라고도 하지요. 뿌리는 파 뿌리를 닮은 수염뿌리입니다. 생명주기는 3∼4년이며 길가나 밭둑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마디마다 두툼한 혹(?)을 키우는데 이 모습이 평생 노동에 지친 부모의 무릎을 연상케 합니다. 이고 지고 갈고 엮는 일이 업보처럼 이어지는 농사꾼과 노동자의 삶. 그 삶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그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히말라야 잔스카 마을 학생들의 등굣길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학교 가는 길’로 불립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친 그 길은 위험하고, 아프고, 아렸지요. 부모 세대의 한과 무지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집념이 얼어붙은 강 위에서 20여일 가까이 펼쳐지는데 카메라에 담긴 아버지의 모습은 강하지도 엄하지도 않습니다. 자식의 앞길에 모든 걸 내주겠다는 의지와 사랑이 넘칠 뿐이지요. 그 영상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아이를 업고 얼음 강을 건너던 아버지의 무릎이었습니다. 깡마른 다리에 툭 불거진 무릎. 아버지의 모든 것이 그 무릎에 응축돼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무릎이 굳건한 의지로 버티지 않았다면 히말라야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이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아버지의 무릎은 한 가족의 생명줄이었습니다. 버팀목이었지요. 우슬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겁니다. 아버지의 헌신에 감사하는…. 그래서인지 우슬은 2000년 전부터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 식물로 대접받았습니다. 뿌리를 말려 차로 마시거나 각종 요리의 부재료로 사용했지요. 요즘도 건강 기능성식품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약재 이용에 따른 부작용도 적은 편입니다. 임산부를 제외하고는.

우슬의 가장 큰 효능은 뼈 건강입니다. 뿌리에 칼슘 사포닌이 풍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허리 통증 개선에 효과를 보입니다. 관절을 튼튼히 하고 염증 치료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연골을 강하게 합니다.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막아줍니다. 동의보감에도 우슬의 약효를 적시할 정도로 역사가 깊은 약재이지요. 채취 시기는 10월부터 이른 봄까지이며, 뿌리를 잘 말려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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