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창간 30주년 ‘에코아트페어’

강원도민일보 창간 30주년 ‘에코아트페어-제로섬씽’전이 작가들과 관객, 지역사회의 호평을 받으며 관람객의 발길과 작품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9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는 76명의 강원작가의 참여로 6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미술행사다. 100% 제로웨이스트(zero-waste) 방식을 도입하는 동시에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체험 공간 등도 어우러져 강원미술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가 지켜가야 할 환경도 되새겨 보는 독특한 관객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오는 10일까지 무료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단체 관람 신청도 가능하다.

5. 종이카드, 이쑤시개 하나 안 남긴다

전시장에 들어오자마자 맞이 하는 전시 타이틀 소개는 현수막도, 포스터도 아니다. 우현애 큐레이터가 전시 개막 직전 연필로 쓰고 그려 완성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또 있다. 작품마다 붙어 있는 소개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작품이 걸린 옆이나 아래 벽 위에 연필로 써 두었다. 설명 카드를 인쇄해 붙이는 것이 훨씬 편리하지만 한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를 줄이기 위해 전시 스태프들이 작가이름과 작품명, 사이즈, 재료, 작품 가격 등을 일일이 기재했다.

참여작가와 전시 개괄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1장짜리 리플릿은 친환경용지로 제작했다. 특히 뒷면에는 일상생활에서 헷갈리기 쉬운 재활용품 분리수거 방법을 담아 전시 이후에도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화려함을 덜어내는 대신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실천하자는 전시 취지가 전시장 곳곳에 반영됐다.

홍보 현수막을 만들지 않고 방명록 등도 놓지 않았다. 작품 소개는 온라인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대체해 오히려 접근성을 높였다.

전시를 위해 쓰이는 도구들도 친환경으로 제작, 다시 쓰인다. 강원도민일보의 지난 30년간 환경기사 스크랩 자료가 놓인 탁자도 나무로 만들었는데 3점 중 2점이 벌써 팔렸다. 관객들이 환경 실천 관련 메시지를 이면지에 써서 거는 용도로 설치된 나무 구조물 역시 구매를 원하는 관람객이나 작가 등에게 모두 판매할 예정이다.

참여 작가인 권태완 작가는 출품 작품을 가져올 때 이불 보자기와 과일 상자용 끈을 재활용하는 등 작가들도 이러한 취지에 함께 하고 있다.

오프닝 리셉션의 케이터링도 주목받았다. 춘천의 차·다기 전문점 ‘마하산방’이 맡아 차와 호두정과, 밤 다식, 떡, 과일 등을 준비했는데 일회용 생수를 쓰지 않기 위해 직접 길어온 물로 차를 끓였고, 쟁반과 다기, 컵, 그릇, 포크 등도 모두 직접 가져왔다. 테이블 위 꽃 역시 새로 사지 않고 정미선 마하산방 대표가 직접 공수한 들꽃으로 장식했다.

정미선 대표는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이쑤시개 하나 남기지 않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환경을 생각하는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취지를 나타내는 시그니처 작품으로 춘천문화예술회관 앞에 걸린 최덕화 작가의 ‘0(제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시청 공공디자인과를 통해 수거한 폐현수막 100여개 이상을 모아 콜라주한 작품은 전시장 주위를 오가는 이들을 전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전시장에 들른 관람객 박윤희씨는 “밖에 걸린 현수막 작품이 궁금해서 들어오게 됐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 놀랐다”며 “환경을 생각하는 시도도 참신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미술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도 처음 들어 고민중”이라고 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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