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 취임 100일
행정 처음이지만 방향 설정 노력
18개 시군 현장방문 큰 도움돼
정선군민 500여명 대화 인상적
예산 어떻게 쓸지 판단 주된 일
재원확보 고려 공약 8개 취소
경제특별자치도 큰 틀 특례 설정
알펜시아 담합 KH도 일부 시인
무리한 사업 부담 도민에 돌아와
정원동결 등 좋은 소리 못들어도
‘몸에 좋은 약은 쓰다’ 보여드릴 것

민선 8기 강원도정 출범 100일(10월8일)을 맞는다.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첫 변신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김진태가 하니까 좀 달라졌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기존사업 통폐합 및 폐기, 강원FC전용구장 건립 계획 백지화, 인사개선·조직개편안, 재정혁신안 등 강원공직사회에 ‘변화·혁신’ 분위기를 형성,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 지사는 “좋은 소리를 못들을 가능성이 있지만, 악역도 하겠다”며 “‘도민혈세를 잠시 맡아 보관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초심을 잃지않고 새로운 강원도를 이끌어 가겠다”고 했다. 김 지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4일 도청 통상상담실에서 이뤄졌다. 주요내용을 싣는다.

진행:박지은 정치부장

▲ 김진태 강원도지사
▲ 김진태 강원도지사

취임 100일, 소감은.

“세월 참 빠르구나 느꼈다. 축구 경기로 따지면 5분 밖에 안지났는데 5분 동안 왜 골 못넣냐 그렇게 보면 안되고, 실점 안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뛰다보면 대량득점 할 날이 머지않았을 것이다. 지켜봐 달라.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말씀드리고 싶다. 본격적인 행정은 처음인데, 방향과 기조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많은 도민들이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거침없이 정의롭게 새로운 강원도를 이끌어 가겠다.”

18개 시·군 현장방문 일정이 거의 마무리돼 가고 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지역은.

“정선군민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아리랑센터 강당에서 한 500명 모여 간담회를 했다. 가리왕산 국가정원 도와달라는 정선군수 건의사항을 받았는데 진땀이 났다. 왜냐면 춘천과 강릉에서도 국가정원을 원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래도 정선에서 그런 건의를 받고난 뒤 가리왕산을 제일 첫 번째 국가정원으로 신청하게 됐다.”

민생현장도 많이 찾았다.

“속초항에 갔더니 여객터미널 청사를 매수해달라는 요구도 있었고, 관광엑스포를 개최했던 부지도 둘러봤는데 속초시에서 맡게 해달라는 건의도 받았다. 현장을 찾은 것이 많이 도움됐다. 최근, 삼척에서 열린 수소충전스테이션 준공식에 다녀왔다. 삼척은 도청에서 물리적 거리로는 가장 먼 곳인데, 한달 사이 네 번이나 다녀오는 등 현장을 원도없이 열심히 다닌 듯 하다.(웃음)”

도지사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나.

“결재의 대부분이 예산사업과 관련된 것이다.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그래서 ‘도민혈세를 잠시 맡아 보관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 돈이면 내 마음대로, 하고싶은대로 할텐데, 도 예산은 그렇게 하면 안되기 때문에 바짝 신경써서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예산을 잘 배분하고, 잘 나눠줄 수 있도록 이런 부분을 늘 강조하고 있다.”

기존 사업 통폐합 및 폐기, 보류 결정이 적지않아 아쉬움, 반발 등의 목소리도 많다.

“이 역시 도민혈세라는 부분과 연결된다. 그래서 공약을 더 잘 세워야겠다는 생각이다. 긴박한 선거운동 과정에선 표를 생각하면서 아주 단기간 검토에 의해 공약이 만들어진다. 인수위 과정에서 재원 확보 대책이나 여러 가지를 종합 고려해 8개를 취소했다. 다른 시·도지사들도 그 정도는 다 할줄 알았는데, 마치 공약을 철회한 사람이 저만인 것처럼 비치는게 아쉽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남은거 확실하게 하는게 낫다.”

강원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가 된다. 특별자치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

“큰 틀의 콘셉트를 경제특별자치도로 생각하고 있다. 규제권을 특별자치도가 가져와야 한다. 예산보다는 제도가 중요하다. 특별자치도가 됐으니 중앙정부에 예산을 요구하는게 아니다. 영속적인 규제개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예산을 더 받는 것보다 더 영구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예산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시도의 시샘을 사서 온 나라의 특별자치도화를 부추길 수가 있다.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토지규제에 대한 권한 확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규제혁신 방안 마련, 지역의 특성을 살린 시군별 특례 등을 잘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특별자치도법 1차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를 많이 찾았다. 재선 의원 출신으로서 감회가 남달랐을 듯 하다.

“특히, 법사위 문턱 넘을 당시 많은 생각을 했다. 의원 시절엔 저기 앉아 법안을 많이 반대해서 통과를 못하게도 했는데 그 당사자들은 많이 힘들었겠구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여야에서 다 도와줘서 이번 회기에 최단시간에 통과된 기록을 남겼다.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웃음)”

내년 6월 특별자치도 출범 전, 2차 개정안을 처리해야한다. 타 광역지자체의 특별자치도 설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국회 내 처리가 쉽지만은 않은데.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이건 민주당에서 발의한 법안이다’, 이렇게 말한다. 또 민주당에서도 민주당이 특별자치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어느정도 사실이다. 참 다행인 것이 여야가 관련법을 각각 발의해서 서로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좋은 구조다. 국회 법 개정과정에서도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 없는 구조가 돼 있어 다행이다. 또 하나는 정부측의 소극적인 태도가 우려되는데 이번에 지원위원회가 통과돼서 그 부담을 정부에 떠넘길 수 있게 됐다. 회의가 열릴때 마다 정부지원위원장인 총리가 챙길 수밖에 없다. 각 부처에서 실적을 내야하는게 행정의 생리이기 때문에 이런 메커니즘에 올려태우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강원FC 전용구장 건립 계획 백지화와 관련, 유치전을 준비해왔던 지역사회의 반발이 크다.

“강원도 재정상황을 제대로 안다면 대략 1000억원 이상 들어갈 전용구장 짓자고 말할 수 없다. 그거 말고도 급한 일이 많다. 빚도 갚아야하고, 전용구장을 짓게 되면 그 도시에서만 경기를 하게되는데 이것은 도민구단 창단 취지에도 어긋난다. 한 도시에서만 개최되면 다른 도민들의 실망감이 클 것이다. 돈이 있다하더라도 어느 도시 한 곳에 선뜻 전용구장을 짓지 않을 것이다. 다른 도시의 전용구장들은 다 월드컵 치르면서 생긴거다. 강원도는 월드컵 경기장 유치를 못한 상황에서 이것을 새로 짓자는 것은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경기 개최지에 대해서도 각 지역 이해관계가 대립되지만, 서로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도청사 신축이전 논의가 본격화됐다. 연내 부지를 최종결정해야하는데, 도청사 신축의 중점 가치는.

“앞으로 100년은 가도록 그 앞을 내다봐야한다. 춘천에 도청사를 새로 짓겠다는 공약을 하고 당선됐기 때문에 춘천에 짓는 것은 도민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이제는 춘천 내 신축에 대한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야하는데, 도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 고려해야한다. 부지선정위원들도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이다.”

반도체 공장 유치전은 어떤가.

“반도체 교육원(가칭) 건립을 앞당겨 보려고 국회에 증액예산을 신청했다. 클러스터 전략으로 가고 있다. 기업 수뇌부를 만나 담판을 지어 ‘여기로 와주시오’하는건 위험부담도 따르고, 결정은 기업체에서 하는거여서 압박할 수는 없다. 기업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게 하기위해 클러스터 등 기반을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 교육원 건립 등 실습 시설 갖추면 대기업에서 스스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법원 기업회생 신청 결정,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나도 법률가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낸 거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될게 도는 중도개발공사의 보증을 섰기 때문에 보증계약에 따른 채무를 면할 수는 없다. 금융권 불안감 조성, 그럴 필요가 없다. 회생이 안되면 그 손해는 다 도민 혈세로 대출금을 갚아줘야 한다. 회생 되면 기존 자산 잘 매각해서 대출금 갚으면 보증채무가 줄어드니 그 효과를 노리는 거다. 보증채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은 안갚겠다는게 아니라 대출금을 갚아서 보증채무를 좀 덜겠다는 취지다. 피해보는 사람은 없다.”

▲ 김진태 도지사가 지난 4일 도청에서 박지은 강원도민일보 정치부장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호
▲ 김진태 도지사가 지난 4일 도청에서 박지은 강원도민일보 정치부장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호

당협위원장(21년) 당시, 알펜시아 매각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강원판 화천대유’라고 언급했었는데.

“입찰담합은 KH그룹에서도 일부 시인한거 아니냐. 리니언시(담합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시 처벌 경감 및 면제)했는데 이제와서 ‘입찰담합 아니다’라는 입장문 낸 것이 좀 혼란스럽다. 사법당국의 판단을 받아 봐야 할 것 같다. 그 외 공정위 결과도 남아있다. 담합 문제가 해결돼도 도개발공사 등의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알펜시아를 다 팔고도 남은 부채가 3800억원 규모인데 도개발공사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 무리한 사업으로 그 부담이 고스란히 도와 도민에게 돌아오게 됐다.”

전임 지사 입건 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안타까운 일이다. 제 전임과 그 전임까지 다 수사를 받은 전례가 생겼다. 어쨌든, 알펜시아 문제는 사법적 판단이 선행돼야 그 다음단계 출구전략을 찾아갈 수 있다. 도의회에서 특위를 만들고, 시민단체 감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도 자체말고 외부 제3기관을 통해 지금이라도 검증 및 책임소재를 판단받는게 맞다고 본다.”

인사, 조직개편안 등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능은 다 살려서 맞는 기능을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공직자들은 봉사 자세로 성과와 실적에 대해 평가받아야 한다. 다면평가제도에 단점이나 폐해를 없애야 한다고 판단했다. ‘좋은게 좋은거다’는 식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승진하는 모순을 없애기 위함이다.”

신경호 도교육감과 정책 연대도 본격화됐는데.

“학력향상 등 생각하는 방향이 맞아서 든든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 신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특별자치도 교육특구라는 제도를 활용해 같이 협력하고 싶다.”

어떤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나.

“‘김진태가 하니까 좀 달라졌네’ 이런 소리를 듣고싶다. 현재는 초기여서 강원도 빚도 갚아야하고, 10년동안 계속 늘어난 정원도 동결했다. 좋은 소리를 못들을 가능성 크다. 그렇지만 악역도 하겠다. 본래, 몸에 좋은 약은 쓰다. 설탕물만 줘서 성인병 생기는 것보단, 처음엔 쓰고 불편하지만 그게 몸에 좋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정리/정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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