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조각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권진규의
춘천 연고는 하나의 복
춘천이 좋은 예술적 기운을
가진 곳으로 생각하기도…
심포지엄 주제 ‘그대 안의 우리’
권진규도 우리의 부분으로 고찰

이재언 춘천조각심포지엄 예술감독·미술평론가
이재언 춘천조각심포지엄 예술감독·미술평론가

불과 며칠 전이다. 춘천에 막 들어서자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춘천문예회관에서 오르간 즉흥 연주의 대가 세자르 프랑크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홍보물이었다. 문외한에겐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누군지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았다. 19세기 프랑스 피아니스트면서 오르간 연주의 대가라 한다. 남의 나라 음악가의 탄생 기념 공연까지 열리는 것을 보면 춘천이 문화예술 선진도시인 것 같아 뿌듯하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 장면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 춘천이 배출한 조각의 거장 권진규. 올해가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이 나서서 거장의 탄생을 기념하는 전시를 연이어 열고 있다. 당연히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은 대성황이었다. 2009년 명문 무사시노미술대학의 80주년을 맞아 가장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선정될 정도로 그의 명성은 우리 미술계를 넘어섰다. 그런데 정작 거장을 배출한 춘천에서는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혹시라도 무언가가 있었는데도 몰랐던 건가 싶어 검색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듣기로는 지난해 춘천시가 권진규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다가 지역 작가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의아했지만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만 짐작할 뿐이다.

춘천 내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민 조각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권진규의 춘천 연고는 하나의 복이다. 출중한 춘천 출신 조각가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도 춘천이 좋은 예술적 기운을 가진 곳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2019년 시작하여 지금까지 춘천 도시갤러리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춘천조각심포지엄’의 태동도 권진규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한 많은 국내 예술인들에게 성원과 지지를 받으면서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권진규와의 인연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각심포지엄이 권진규에 대한 본격적인 선양사업은 아니지만, 권진규와의 관계성이 거론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첫 심포지엄의 주제가 ‘원시의 숨결’이었다. 권진규에 대한 오마주다. 일본인으로서 권진규를 존경했고, 유럽에서 거주하면서 국제적 활동이 왕성했던 서양화가 도시마 야스마사가 권진규 작품에 대해 압축해서 언급했던 표현을 차용한 것이다. 이 코멘트는 권진규 작품세계에 대한 진술이면서도, 또한 춘천의 자연환경과도 결부되는 명제로 생각됐기 때문에 주제로 차용했던 것이고, 시민들 다수가 공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각 지역마다 문화관광 차원에서 지역 출신 아티스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며칠 전 김해시가 생존해 활동 중인 김영원 조각가의 미술관을 설립하기로 합의, 추진 중이라는 언론기사가 떴다. 지금 찾아보면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례들이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인근 양구군의 경우 박수근미술관으로 유치하는 관광객이 얼마인가. 실제로 지역 문화관광 사업으로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가 ‘그대 안의 우리’이다. 지금 세계인들이 한국이란 나라, 한국인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동안 제대로 성찰하지 못했던 우리의 정체성과 신화, 역사 등을 작가들이 작품에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제는 권진규도 당연히 ‘우리’의 한 부분으로 고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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