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한규빛 기자
▲ 일러스트/ 한규빛 기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가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레고랜드의 경우 사업주체인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지난 2020년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 20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하고 강원도가 보증을 섰다.

이에 강원도는 GJC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지난달 28일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아이원제일차는 채권을 상환하지도, 만기를 연장하지도 못하면서 최종 부도 처리됐고 신용등급도 ‘A1’에서 채무 불이행을 뜻하는 ‘D’로 강등됐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로 지자체 신용 강화에 대한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가 금융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보증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춘천 레고랜드 .레고랜드코리아 제공
▲ 춘천 레고랜드 .레고랜드코리아 제공

10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최근 문제가 된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처럼 지자체가 신용보강에 나선 유동화증권은 발행잔액 기준 약 1조3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강원도뿐만 아니라 천안시·경산시·안동시·시흥시·춘천시·충주시·진주시·나주시·완주군·음성군 등 10여 곳의 지자체가 지역 내 대형 건설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유동화증권 발행으로 조달했다.

가령 충주시의 드림파크 산업단지 개발사업이나 안동시의 바이오 산업단지, 춘천시의 봉명테크노밸리 개발사업 등도 각 지자체의 신용보강 아래 특수목적법인(SPC)이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끌어왔다. 이들 SPC의 신용등급은 대부분 기업어음 최고등급인 ‘A1’이다.

대부분 이번에 문제가 된 레고랜드 ABCP 구조와 동일한 방식이다.
 

▲ 금융감독원이 강원도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둘러싼 리스크 파악에 나섰다.
▲ 금융감독원이 강원도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둘러싼 리스크 파악에 나섰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방재정법 등에 의해 지방재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개입·통제·지원 등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신용도는 국가신용등급에 준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원도가 당장 보증채무 이행 능력이 부족했어도 ABCP 차환 발행을 통해 1년 이상 시간을 벌면서 이행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었다”며 “이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건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와 판단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자신들이 신용을 보강한 유동화증권 지급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약하다면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도 “지자체가 보증한 유동화증권에 대해 투자자들이 회피 반응을 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 각 지자체는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비해 따로 상환 재원을 마련해두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관련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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