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예산 편성 투명성 높이려면 실효적 운영돼야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둔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주민 직접 참여 정도를 놓고 편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민이 예산 편성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시군에서는 움직임조차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근 본지 보도를 통해 그 운영이 확인된 시군은 춘천, 삼척, 태백, 영월, 홍천, 횡성, 고성 등지에 불과합니다.

강릉시의회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 위원 응모가 저조한 이유를 따져 묻는 발언이 나왔을 정도이니 대다수 시군에서 소극적인 운영이거나 형식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충남 논산시는 읍면동 단위에서 수십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낸 지 10년이 가깝지만, 강원도는 전국에 자랑할만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예산 편성은 지자체장이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절대권한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재정 운영의 비효율성을 가려내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이 직접 개입하는 예산 과정이라야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2004년 처음 도입한 광주광역시 북구를 시작으로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모든 지자체 의무 시행이 됐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실효적인 운영 정도는 지자체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산하 분과 및 읍면동위원회를 촘촘히 조직해 가동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이 시간을 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해 교육과 홍보에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태백시와 같이 내년도 예산편성에 앞서 예산 편성 방향과 분야별 투자 우선순위 등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논의 주제를 제시하는 방식도 바람직합니다.

과거와 같이 예산 편성을 마무리한 다음에 읍면동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식도 있지만, 지속적인 주민 참여 분석이 병행하지 않으면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한 예산안에 대해서는 지방의회에 제출한 다음 반영 결과를 공개해 주민 스스로 평가하도록 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의무 시행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초보단계에 머무는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자체장이 혈세 낭비를 막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에 인색한 것은 투명성을 저버리고 독단의 폐해를 불러옴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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