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을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한여름 더위에 지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첫’이라는 말로부터 비롯된다. 첫사랑, 첫돌, 첫해, 첫인사 그리고 첫눈! 맨 처음을 의미하는 ‘첫’ 중에서 아무래도 첫사랑과 첫눈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인 첫사랑은 사람마다 다가오는 의미가 다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남녀가 처음으로 사귀는 첫사랑은 아무래도 서투를 수밖에 없다. 뜨겁게 사랑하지만, 그만큼 감정의 기복도 클 것이고 이 때문에 갈등도 적지 않다. 서툰 첫사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첫사랑을 평생 이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첫사랑의 결실을 얻은 이들은 서로 사랑할 자격이 충분하리라.

그리고 첫눈. 김용택 시인은 첫눈을 두고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고 했다. 최영미 시인은 첫눈은 ‘당신은 나의 첫 입맞춤’이라고 했다. 시인은 까마득하게 잊었던 첫사랑도 문득 손등을 적시는 첫눈처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러므로 첫눈은 첫사랑의 한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나 아직 철이 없어/첫눈 내리는 날 첫눈 왔다는 핑계로/친구 불러내 소주 한잔하고/날 어두워서야 집에 들어왔다/옷을 받으며 아내가 조용히/나무라듯 말한다/나, 당신 걱정하는 거 당신도 알지요?/늙은 아내의 말이 첫눈이다/그녀의 마음이 첫눈이다” 나태주 시인은 아내의 말이 곧 첫눈이라고 했다. 그의 첫눈에는 헌신과 사랑이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10일 설악산 대청봉에 올가을 들어 첫눈이 내렸다. 지난해보다 9일이나 빨랐다고 한다.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설악산에 첫눈이 내린 그날, 동해상에서는 미사일 발사와 한·미·일 연합훈련이 있었다. 첫사랑의 설렘과 헌신적인 사랑이 담긴 첫눈은 내렸건만, 한반도는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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