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운복 다섯번째 개인전
춘천미술관서 26일까지
영사기·비디오 활용 설치

▲ 윤운복 작, ‘Remember60’
▲ 윤운복 작, ‘Remember60’

1970∼80년대 영화관 벽에는 실사 포스터가 아닌 그림이 붙어 있었다. 윤운복 작가도 한때 극장 그림을 그리며 수입을 마련했다. 신성일·이순재 배우가 인기영화의 젊은 주인공으로 등장할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영화관은 비디오로 대체됐고, 이제 우리는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본다. 그 사이 영사기도, 비디오 필름도 모두 추억의 물건이 돼버렸다. 윤운복 작가는 이처럼 버려진 것들을 다시 본다. 그 위에 쌓인 먼지를 닦고, 색을 입혔다.

삼척 출신으로 춘천에서 활동하는 정크아티스트 윤운복의 개인전 ‘Remember60’이 오는 26일까지 춘천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버려진 필름과 자전거 휠, 분해된 영사기, 과거 70년대 텔레비전 등 오브제의 기능과 형태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명은 모두 ‘60년을 기억하다’.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는 작품은 필름과 필름으로 연결된다. 사람의 형상을 띤 입에서 필름을 내뱉는다. 과거의 기억이다. 필름은 다시 구형 텔레비전의 볼록렌즈를 통해 재생된다. 실제 사용된 필름은 과거 영화장면을 비춘다. 좌우를 오가는 또 다른 텔레비전에는 70년대 삼척 도계장터의 모습이 담겼다.

윤 작가가 낡은 것들을 재생하는 일은 곧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일이다. 동시에 현재를 낯설게 보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로의 회상을 권한 그는 ‘지금의 우리는 행복한가’하고 묻기도 한다. 최근 카카오톡 중단 사태로 겪은 ‘디지털 정전’이나 그간 우리가 쏟아 낸 무수한 우주쓰레기는 우리가 누리는 풍요에서 발현된 부작용이기도 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윤 작가는 이에 대해 ‘개구리 효과’와 비유했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는 사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를 모르고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인류도 우리가 놓여 있는 온도는 과연 몇 도쯤인지 고민해야 할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우주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또 최근의 카카오톡 사태는 일종의 재난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디지털은 나이든 인간이 미처 알기도 전에 앞서가요. 이를 쫓아가는 것은 특히 중년인 우리에게 큰 숙제가 돼버렸죠.”

윤 작가는 평창비엔날레 특별상, 대한민국 정크아트대전 대상, 대한민국 환경사랑공모전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강원국제예술제 강원작가전, 춘천조각심포지엄 교류전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해 왔다. 강주영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