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별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첫 예술인 출신 재단 이사장
집필 활동 30년 이어 새 출발
인력 확충·청사 해결 최우선
“정책팀 등 내용 있는 조직으로
18개 시·군 엮을 밑그림 필요
예술인 보호·평가 시스템 강화
강원의 힘 문화로 발휘되기를”

▲ 김별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31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서영
▲ 김별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31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서영

김별아 신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첫 창작자 출신 이사장이다. 30년간 집필에 몰두하며 ‘미실’, ‘논개’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가 이제는 조직경영 전문 책자를 들여다 보고, 문화정책 전문가들과 만나고 있다. 31일 춘천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영혼의 빛깔이 같은 강원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연과 역사를 하나의 보석으로 꿰어 보겠다”는 꿈을 밝혔다. 취임 직후 정책팀 신설 등을 통한 ‘내용 있는 조직’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그는 좌우를 벗어나 문화에 정치논리가 덧씌워지면 안된다는 확고한 의지도 밝혔다.

- 첫 예술인 출신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작가 30년차다. 생계형 작가로서 적어도 1년에 1권씩의 작품을 써왔는데 어느 순간 창작할 때 예전만큼 가슴이 뛰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어떻게 다르게 살아볼까 고민이 많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농사도 지어보고 플로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다. 올해 출판사도 차렸다. 그러다 대통령직인수위 산하 국민통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지역 문화거점 등에 대해 의견을 냈고, 지금까지 했던 일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 평소 주목해 온 강원 관련 문화예술 콘텐츠가 있나.

=“강원도의 재산 중 가장 좋은 것은 자연과 역사다. 제 고향 강릉은 신라 문화가 있고, 원주 견훤산성도 있고 철원은 태봉의 수도다. 여성 인문 콘텐츠도 풍부하다. 허난설헌과 신사임당, 윤희순 의사 등 흩어진 진주들을 문화콘텐츠로 잘 꿰어나갈 수 있다.”

- 재단에 산적한 현안이 많다. 최우선 해결 과제는.

=“조직 안정화가 1순위다. 직제 개편으로 직원 이탈을 막고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재단 직원들이 오래 일하면서 자기 커리어를 쌓고 성장할 수 있게 조직이 밀어줘야 한다. 재단 직원들도 멋있고 즐겁게 일해야 한다. 강수연 배우의 ‘돈이없지 가오가 없느냐’는 말이 문화예술인들 모두의 얘기다. 지원사업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 위촉 등의 모든 업무에 해당된다. 직원들이 안목을 기를수록 시스템이 갖춰진다. 재단 청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공간이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 모두 도와 잘 협의해 나가겠다. 김진태 지사님도 적극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

- 광역문화재단의 역할 설정은 난제다. 기획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 “재단에 정책팀이 없는 것에 놀랐다. 직제개편안을 제안받기는 했는데 추가 검토를 위해 보류시켰다. 재단에 많은 변화가 있는 시기다. 이럴 때 강원도의 색깔을 입히고, 강원특별자치도를 앞두고 더 좋은 아이디어로 여러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속초로 동서고속철이 개통하면 지나는 역 마다 문화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 관리자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이런 것들을 꿰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 창작지원사업에 대한 의견은.

= “그간 조직은 조직대로 힘들고, 지원받는 분들은 불만이 많은 상황이 거듭돼 왔다. 임명 직후 전문예술인 단체들과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예총, 민예총 등 예술단체들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문화를 지켜나가는 분들이다. 지원 없이는 활동 자체가 어려운 분들도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원사업은 무료공연으로 진행되다 보니 충성관객 확보가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이 분들도 제대로된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한다. 적정한 평가 환류 시스템도 갖춰 후속작업이 이어질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한다. 평가 방식을 이원화, 좋은 작품 위주의 심사 외에 문화생태계를 보호하면서 우수성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세계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가장 바란다. 우리는 모두 인정투쟁을 하지 않나. 현장에는 눈물나게 열심히 하시는 예술가들이 많다. 나는 예술가 편이다.”

- 강원도정의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 문화예술 분야 위축 우려가 높다.

= “2024년까지 관련 도 예산을 100억원까지 늘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산이 늘어나면 잘 써야 한다. 이에 맞춰 재단도 ‘내용이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좋은 조직이었지만 정체성을 찾지 못한 측면도 있다. 18개 시·군 이야기를 엮을 큰 그림을 아직 다 그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지역과 장르 편향 등이 있는데 잘 안배하고, 하나의 테마 아래 다양한 장르를 묶는 축제가 있으면 좋겠다. 대관령음악제, 강원트리엔날레, 영상위원회 등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독립 조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 문화예술은 정치 논리에 휩쓸리는 경우가 있는데.

=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3관왕이었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냈을때였는데, 이후 손해 배상도 받았다. 정치적 시각으로 문화를 보는 것은 진영이 어느 쪽이든 어리석다. 정권이 바뀌면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치 논리로 미리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 강원도와 재단 모두 변화의 시기다.

= “특별자치도 설치를 앞둔 시기, 강원출신 예술가로서 강원도의 힘이 문화의 힘으로 발휘되도록 즐겁게 일하겠다. 우리 영혼을 키운 것은 강원도의 푸른 산과 바다다. 그래서 우리 영혼 속 빛깔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및 정리/김여진·김진형


◇프로필= 강릉. 강릉여고·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년 실천문학 등단. 장편소설 ‘미실’ ‘논개’, ‘채홍’,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외 작품 다수 집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 제1회 세계문학상(2005), 제10회 의암주논개상(2016년), 허균문학작가상(2018년)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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