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한반도를 덮친다는 예보에 따라 사람들은 주변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팔을 걷는다. 강풍에 떨어질 것 같은 물건을 단단히 고정한다든가,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기도 한다. 항구에서는 선박을 미리 묶어 놓거나 아예 육지로 옮겨놓기도 한다. 정부도 실시간 태풍 경로를 알리면서 주의를 촉구하거나, 사전에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한다. 모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태풍이 닥치고, 실제로 피해가 속출하는 경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집중호우로 사람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신속하게 출동해 이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한다. 위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우선 응급조치를 하고, 구체적이고 정확한 조치가 뒤따라야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대비(對備)는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어떠한 일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리 준비하는 것을 이른다. 일종의 예방적 조치다. 노후를 생각해서 노후대책을 미리 마련하거나, 큰 사고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정부가 재난상황에 미리 조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대비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은 대체로 그 개인이 감당하게 되지만, 국가 차원의 대비가 소홀하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응(對應)은 어떤 일이나 사태에 맞추어 태도나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맞는 구체적인 매뉴얼인 셈이다. 집안에 일이 발생했을 때 가족 간에 서로 연락을 취하고, 문제를 잘 수습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피해는 커질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정부의 부실한 대응은 국민적 피해로 나타난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수많은 청춘이 희생되고 말았다. 애초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잘했는지, 대응 조치는 신속하고 적절했는지, 아니면 대비와 대응 모두 부실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대비와 대응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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