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핀 청춘 겹쳐 슬픈 길까지
‘숨골’·‘저고리골’ 길마다 사연
다양한 수목·청설모 상생 일깨워
대암산 중턱 22만7764㎡ 규모
북방계 식물·멸종위기동물 서식
자연 그대로 전시·교육 진행

국토정중앙 양구의 ‘비밀의 숲’을 품고 있는 양구수목원은 동면 숨골로 310번길 132, 해발 450m의 높다란 곳에 조성됐다. 대암산 자락에 꽃과 나무들이 철따라 제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는 옷을 갈아입고 시시각각 표정을 달리한다. 부지런한 다람쥐는 가을에 더 바쁘다. 생명력이 몸부림친다. 아름다운 가을은 짧아서 더 귀하고 찬란하다. 양구수목원은 지난 10월에 이미 첫 서리가 내린 추운 곳이지만 선명하게 청량한 곳이다.

국토정중앙 양구의 ‘비밀의 숲’을 품고 있는 양구수목원은 동면 숨골로 310번길 132, 해발 450m의 높다란 곳에 조성됐다. 사계절 언제든 방문해 힐링하기 좋은 양구의 대표 관광명소다.
국토정중앙 양구의 ‘비밀의 숲’을 품고 있는 양구수목원은 동면 숨골로 310번길 132, 해발 450m의 높다란 곳에 조성됐다. 사계절 언제든 방문해 힐링하기 좋은 양구의 대표 관광명소다.

숲길

양구수목원에는 구상나무 모롱이길, 잣나무 모롱이길, 숲속 모롱이길, 분재 모롱이길, 호수 모롱이길 등 서늘한 늦가을에 걷기좋은 숲길이 있다.

한국 특산식물인 구상나무는 제주도 한라산 해발 1000m 이상의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양구수목원에서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 대암산 주요 봉우리 중 한 곳인 솔봉(해발 1129m)에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춥고 청량한 곳이라 구상나무가 잘 자라는 것이다.

숲의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 나와 ‘숨골’이라 한다. 산짐승이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었을때 숨골 계곡에서 물을 마시며 기운을 회복했다고 한다. 뒤편에 보이는 저고리골은 옛날 이곳에 살았던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고 저고리를 걸어놓았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솔봉 주변에 있는 5개의 계곡이 양구수목원을 지나고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늦가을에도 걷기 좋은 길이다. 구상나무길과 이어진 계곡에 놓인 초롱다리를 건너 급경사를 오르면서 만나는 물박달나무를 지나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소나무, 낙엽송, 피나무, 단풍나무, 생강나무, 오리나무, 다래나무, 담쟁이, 칡 등 숲속 친구들을 만난다. 피나무 열매를 바닥에서 주웠는데 둥근 것과 잎처럼 생긴 것이 모두 열매다. 산수유 나무도 만난다. 세 그루만 있으면 자녀 대학공부를 시킬 수 있었다고 해서 ‘대학나무’라고 불린다. 한약재로 쓰여 귀하다.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꽃만 보면 구별이 힘들다. 표피가 매끈한 것이 생강나무, 거친 것은 산수유나무다.

경사진 곳을 잠시 오르면 땀이 살짝 난다. 이곳부터 이어진 잣나무 모롱이길은 명상의 길이다. 약 300m의 거리를 걸으며 땀이 식도록 천천히 걷는 길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곳이다. 잣나무길 초입에서 만나는 야생화정원, 비밀의 숲은 수목원의 시크릿가든이다. 얼레지, 노루귀, 금강초롱, 복수초, 바람꽃, 큰앵초 등 50여가지의 식물을 숲길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수목원에는 다람쥐가 많다. 청설모도 있다. 청설모는 나무 맨 꼭대기에 있는 잣을 따서 먹고 겨울잠에 들지않아 겨우내 먹이활동을 한다. 다람쥐는 잣을 스스로 따지 않고 떨궜거나 떨어진 잣을 주워서 모으고 먹는다. 5일정도 겨울잠을 자고 2일정도 활동을 하는 다람쥐는 모은 잣을 자기만 아는 ‘비밀의 장소’에 숨겨 놓고 잠에서 깼을 때 먹는다. 미처 먹지 못한 잣은 이듬해 싹을 틔운다. 청설모보다는 다람쥐가 잣나무에게는 이로운 동물이다. 다람쥐는 상생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쉼터를 지나며 손진호(62) 숲해설가는 갈등에 대해 얘기했다. 손 해설가는 “칡(갈)은 왼쪽으로 감아올라가고, 등(등나무)은 오른쪽으로 감아올라가는데, 갈과 등이 엉키기 시작하면 일찍 풀어야한다”며 “오래되면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길 한편에 보이는 응달 단풍잎이 붉게 물들지 못하고 말라버린 모습에 미처 피지 못하고 진 청춘들이 겹쳐서 슬픈 길이기도 했다.

수목원의 다양한 표정

양구수목원의 총면적은 22만7764㎡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수목원은 18만9141㎡의 면적을 자랑하며, DMZ야생동물생태관 5623㎡, DMZ야생화분재원 3만3000㎡다.

양구자연생태공원은 2020년 6월 26일 양구수목원이 됐다. 용늪을 품은 희귀식물자원 보고인 대암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북방계식물들을 서식지 그대로 보존·전시하기에는 국내 최적의 지리적·자원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식물자원 뿐 아니라 삵, 산양, 긴점박이올빼미, 큰오색딱따구리, 수리부엉이, 담비 등 다수의 멸종위기동물도 서식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 전시하는 식물자원과 양구에 서식했던 동물의 기록을 관람할 수 있는 생태식물원, DMZ야생동물생태관을 운영하고 있다. 희귀식물 관람뿐 아니라 다양한 용기에 야생화와 토종나무를 담아갈 수 있는 기술을 교육함은 물론 분재를 전시하고 식물들의 특징과 분재기법을 교육할 수 있는 DMZ야생화분재원, 목재문화체험관이 모여 있다.

대암산 숨골에 위치하고 있는 18만9141㎡ 면적의 수목원은 2004년 준공됐으며 나무 80여종, 8200여그루와 초화류 약 170여종이 식재돼 있다.DMZ야생동물생태관은 2014년 준공됐으며 테마전시실 8곳, 수장고 1곳, 저온저장고가 운영 중이다. 97종 153점의 박제를 보유 전시 중이다. 2020년 10월 준공된 목재문화체험장은 목재체험실, 목재전시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목공예 체험 프로그램 상시 운영으로 완구, 시계, 연필통, 도마 등 반제품 제작 체험이 가능하다. 숲카페에서는 음료, 빵류 등을 판매하고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양구수목원 사계절 썰매장을 11월 준공 예정이다. DMZ야생화분재원은 2017년 준공됐다. 유리온실(분재생태관, 교육체험실), 야외분재전시원이 조성돼 있으며 1500여종의 분재가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 수령 400년의 용 틀임하는 소나무가 대표작이다.

수목원 인근의 생태탐방 명소도 들러보면 좋다. 광치자연휴양림은 국토정중앙면 적리 산149번지외 22필지에 51㏊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의 산림휴양관은 객실 8실, 다목적실, 바비큐 시설 등이 구비됐고 숲속의집(25동)이 갖춰져 있다. 부속시설로 숲속카페, 계류보(물놀이장), 로프모험시설, 어린이놀이터, 무장애나눔길, 미니풋살장(족구장), 운동시설 등이 있으며 대암산 등산로(2개 코스)가 연결돼 있다.

해안면 만대리·오유리 일대의 약 23만㎡ 면적에 조성된 해안야생화단지에는 비닐하우스, 수목증식시설 900㎡ 등 식물관리 시설과 야생화원료체험장, 생산기반시설이 구축돼 있다. 이곳을 지키는 식물은 화초류(은방울꽃 외 85종 160만6000포기), 목본류(개느삼 외 42종 2만6000그루) 등이다. 황명호 양구수목원장은 “수목원은 골짜기가 엉켜 절경을 이루며 4개의 계곡이 모여 생태공원 중앙을 지나고 있으며 숲의 기운으로 치유를 하는 곳”이라며 “아름다운 식물과 동물을 관람하며 숲의 기운과 자연의 소리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라고 말했다. 이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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