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애도기간이 종료됨에따라 서울광장에 마련됐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 6일 오전 애도기간이 종료됨에따라 서울광장에 마련됐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보다 ‘10.29 참사’ 라는 표현을 쓰자는 의견이 공론화되고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태원 참사에 따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극복을 위해서는 이태원이라는 지명 대신 ‘10.29 참사’라는 표현을 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공론화되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은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데이 압사 참사 이후 ‘이태원’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표현이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오히려 트라우마 증상을 더 자극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10.29 참사’ 등을 비롯한 대안 명칭을 논의 중이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백종우 회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내부 회원들 사이에서 ‘이태원 참사’ 대신 ‘10.29 참사’ 등으로 표현하는 게 트라우마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애도 기간 후 이사회를 거쳐 학회 차원의 입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테러 참사가 발생한 이후 처음에는 ‘뉴욕 테러’, ‘세계무역센터 테러’, ‘쌍둥이 빌딩 테러’ 등으로 표현했지만, 이후에는 지명과 장소를 뺀 ‘9.11 테러’로 용어를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은 대체로 이런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은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 사고장소가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공포가 가중될 수 있다”면서 “정신건강 측면에서만 보자면 사고 현장의 지명을 빼고 10.29 참사 등으로 표현하는 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오강섭 이사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대한 편견이나 낙인이 생길 우려가 있고, 트라우마 극복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10.29 참사 등으로 표현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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