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원주 순례길 여행
풍수원성당부터 배론성지까지 곳곳 공소 위치
37.8㎞ 가장 짧은 길, 도시 중심부 지나가는 곳
금대철교 아래 순례공원 조성 표지판 안내
현재 우리 대부분도 거친시대 살아가는 중

걷기 좋은 계절 가을, 원주와 횡성, 제천을 잇는 성지 순례길이 생겼다. 무려 200㎞가 넘는 ‘님의 길’이다.

천주교 원주교구는 최근 원주시, 제천시, 횡성군과 협업 조성한 ‘님의 길’을 개통했다. 천주교 박해시기 신자들의 교우촌 원주 서지마을, 국내에서 4번째로 지어진 성당이자, 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횡성 풍수원성당, 최양업 신부의 묘가 있는 국내 ‘가톨릭 성지’ 제천 배론성지 등 천주교 성지, 사적지, 자연유산을 연결한 234㎞ 길이다. 이 길은 박해와 순교, 세상의 길을 따라 걷는 총 3개 노선, 14개 구간으로 이뤄졌다. 횡성 풍수원 성당에서 출발해 원주를 거쳐 제천 배론성지까지 가는 종단 노선이 2개, 서지마을에서 원동성당까지 원주를 가로 지르는 노선이 1개다.

▲ 님의길 2길 최해성 요한길에서 만날 수 있는 원주 원동성당
▲ 님의길 2길 최해성 요한길에서 만날 수 있는 원주 원동성당

■ 최양업 신부길

1길 ‘최양업 신부길’은 박해시대 천주교 신자들이 피난하던 길을 따라 걷는 노선이다. 횡성 풍수원성당에서 출발, 창촌공소를 지나 원주 지정면에 위치한 옛 구재공소, 문막성당, 서지마을, 귀래공소, 제천 화당리 순교자공원을 지나 배론성지에 닿는다. 큰 첨례길, 네 공소길, 아홉고개길, 서지 강변길, 서지 고개길, 꽃댕이길, 양업길 등 7개 구간, 121.3㎞로, 3개 노선 중 가장 길다. 이중 원주 지정면에 위치한 옛 구재공소는 1970년대까지 운영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당리 순교자 공원은 교구가 제천시 백운면 화당초 인근에 교구 측이 임시 마련한 장소다.


■최해성 요한길

2길은 ‘최해성 요한길’이다. 원주의 주요 성지, 문화재 등을 거쳐간다. 1839년 9월 6일 순교한 최해성 요한이 포졸들에게 잡혀 강원감영으로 끌려가던 길이다. 최해성 요한이 살던 부론면 서지마을에서 시작, 옛 술미공소, 대안리공소, 후리사공소를 지나 최해성 요한을 성인으로 모신 무실동성당에 도착한다. 이어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 강원감영을 거쳐 원동성당까지 간다. 최해성 요한 순교길과 최비르지타 순교길 2개 구간으로 이뤄진 37.8㎞ 길이의 가장 짧은 노선이다. 이 길에서 만나는 술미공소, 대안리공소, 후리사공소는 서지마을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산으로 피신한 서지마을 신자들이 내려와 형성한 곳이다.

▲ 국내 네번째로 지어져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횡성 풍수원성당
▲ 국내 네번째로 지어져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횡성 풍수원성당

■정규하 신부길

3길 ‘정규하 신부길’은 박해 이후 산 위의 등불 역할을 한 교회의 모습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노선으로 안내돼 있다. 1길과 마찬가지로 횡성 풍수원성당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원주 영산성당, 가톨릭센터, 원동성당, 금대 순례공원, 용소막성당을 지나 제천 배론성지까지 갈 수 있다. 금대 순례공원은 교구 측이 걷기 여행객들을 안내하기 위해 지금은 폐쇄된 원주 판부면 금대철교 아래 마련한 임시 공간이다. 표지판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정규하 신부길, 르메르 신부길, 지학순 주교길, 선종완 신부길, 성사길 등 총 5개 구간으로 이뤄졌으며, 길이는 72.2㎞다.

■ 진짜 삶을 만나다

원주교구는 ‘님의 길’에 대해 ‘건강을 위한 길, 여가를 위한 길, 풍경 감상을 위한 길이 아닌, 거친 시대 박해를 피해 험한 산자락을 오르고, 칼 든 포졸들을 피해 걷던 위태로운 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대부분도 그런 길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사는 진짜 삶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라고도 안내하고 있다. 이 가을이 훌쩍 떠나기 전 순례길을 걸어보며 한국 천주교 역사가 깊이 스며든 성지들을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권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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