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가 묵직한 검은 전화기 선에서

하얀 그물이 쏟아진다

거미줄처럼 맑고 투명해서

거미줄처럼 맑고 투명한 말言들이 쉽게 그물을 통과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말들은

빠른 속도로 너에게 달려간다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으며 걷기도 하고

이불속에서 핸드폰을 들고 속삭이기도 하고

침묵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순간의 사진을 전송하기도 한다



꽃다발처럼

오랜 시간을 우려낸 詩처럼

전송된 말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아도

그물은 그물이어서 잠잠하게 그 말들을 놓아 준다



간혹, 나비의 날개 같은 말 하나

그물에 걸려 허둥거리기도 한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나의 잘못도 아니다

나비의 잘못은 더욱 아니다

몸부림칠수록 똘똘 감기고 마는 거미줄의 운명

사랑이 끝나면 바로 수컷을 잡아먹어야 하는

거미의 슬픔



허상임을 알아채는 순간

사라지는 그물

거미줄처럼 투명한 말들도 길을 잃는다



길을 잃은 말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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